범죄 미화 논란에… ‘365일’ 원작자 “내 소설은 현대판 미녀와 야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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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65일’ 원작 작가 리핀스카
마피아 가문 수장인 남주인공과 납치된 여주인공의 사랑 그려
“사랑에 범죄행위 끌어들인 이유… 앞으로 나올 3부에서 알게 될 것”

폴란드 소설 ‘365일’의 저자 블란카 리핀스카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차기작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365일’ 시리즈 2, 3부 영화화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산북스 제공
폴란드 소설 ‘365일’의 저자 블란카 리핀스카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차기작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365일’ 시리즈 2, 3부 영화화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산북스 제공
“제 소설은 현대판 ‘미녀와 야수’입니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인 ‘벨’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나요?”

지난 한 해 뜨거운 화제작이자 문제작이었던 영화 ‘365일’의 폴란드 원작 소설 작가 블란카 리핀스카(36)의 답변은 간명했다. 그는 ‘365일’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성인은 현실과 소설을 분리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지난달 다산북스에서 ‘365일’의 한국어 번역판을 출간한 리핀스카를 서면으로 만났다.

‘365일’은 마피아 가문의 수장인 남주인공 마시모가 시칠리아로 휴가를 온 여주인공 라우라를 납치해 ‘당신도 나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365일간의 시간을 달라’는 요구를 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라우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만 점차 마시모의 매력에 빠지고 그를 향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기에 이른다.

리핀스카는 이 소설로 2019년 폴란드 내에서만 150만 부의 판매량을 올리며 유명 작가로 거듭났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영화 ‘365일’은 넷플릭스 서비스 영화 중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시청률 누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가 읽은 대부분의 소설에는 ‘나쁜 애정 신’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애정 신’을 담은 소설을 쓰기로 했고 꽤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365일’의 인기 요인은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충실한 서술 방식에 있었다. 작가는 솔직하고 당당한 라우라라는 인물을 앞세워 여성 캐릭터의 욕망을 생생하고 조밀하게 표현했다. 리핀스카는 “연인과의 이별이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썼던 소설이어서 여성적인 성적 환상이 더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납치와 감금 등 범죄 행위를 소설의 요소로 사용했다는 점은 언제나 비판의 지점이 됐다. 라우라가 이끌어 가는 서사를 ‘주체적 욕망의 표출’과 ‘범죄 미화’ 중 무엇으로 독해할지 독자들의 평가도 엇갈리는 지점이다.

특히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라우라의 감정 변화 과정이 개연성 있게 연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라우라는 여성의 욕망을 대변하기는커녕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해로운 인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자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일부 이용자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틱톡에서는 영화의 폭력성을 문제 삼자는 뜻에서 멍과 피로 범벅이 된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365dayschallenge’(365일챌린지)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리핀스카는 “범죄 행위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이 오락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사나 캐릭터가 영화로 완벽히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공을 들여 쓴 애정 신만큼은 아름답게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설 ‘365일’은 ‘오늘’, ‘또 다른 365일’이라는 제목의 3부작으로 이어진다. 폴란드에선 모두 출간됐지만 한국엔 1부, 영미권에는 2부까지만 출간된 상태다. 리핀스카는 “두 사람의 애정을 설명하는 데 범죄 행위를 끌어들인 이유를 3부까지 모두 읽는 독자는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소설#365일#리핀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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