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식 빛낸 흑인 女시인, 한국 독자도 사로잡을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맨다 고먼의 ‘우리가 오를 언덕’
국내출판사 10여곳 판권 입찰경쟁
작년 노벨상이어 美시인 잇단 화제
출판계 ‘해외 시집 시장 부활’ 기대

어맨다 고먼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착용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빨간 머리띠는 380달러(약 42만 원)의 비싼 가격에도 즉시 품절됐다.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에 대한 국내 출판사들의 관심이 높아진 건 이 같은 인물의 화제성이 영향을 미쳤다. AP 뉴시스, 어맨다 고먼 공식 홈페이지
어맨다 고먼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착용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빨간 머리띠는 380달러(약 42만 원)의 비싼 가격에도 즉시 품절됐다.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에 대한 국내 출판사들의 관심이 높아진 건 이 같은 인물의 화제성이 영향을 미쳤다. AP 뉴시스, 어맨다 고먼 공식 홈페이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빛낸 22세 흑인 여성 시인이 한국 독자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7일 출판계에 따르면 미국 시인 어맨다 고먼의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 국내 판권 입찰 경쟁이 지난달 시작됐다. 이 시집의 판권을 보유한 미국 출판 에이전시 라이터스 하우스(Writers House)가 한 국내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 국내에 입찰 공고를 냈고, 국내 출판사들이 이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번 판권 경쟁엔 국내 출판사 10곳 이상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해외 시집은 판매량이 적고 번역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해 판권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문학 전문 출판사 두세 곳이 경쟁을 한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판매량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중소 출판사까지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경쟁이 불붙은 건 이 시집과 시인의 폭발적인 화제성 때문이다. 시집엔 고먼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5분 40초에 걸쳐 낭송한 동명의 자작시가 실려 있다. 시는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입니다”며 화해와 치유를 강조한다. 고먼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보고 썼다고 한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한국인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아직 출판이 안 된 고먼의 시를 국내 독자들이 각자 번역해 인터넷에 공유할 정도”라고 했다.

인물이 지닌 힘도 출판사들이 눈여겨보는 이유다. 고먼은 아버지 없이 자랐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 청각장애로 말을 더듬었다. 얼마 전까지도 ‘R’ 발음이 어려워 자신이 졸업한 하버드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노란 코트를 입고 빨간 머리띠를 하고 취임식에 오른 패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크게 화제가 됐다. 취임식 시 낭송 전 불과 7000명이었던 고먼의 트위터 추종자는 140만 명으로 늘었다. 인스타그램 추종자 역시 31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세계적 모델 에이전시 ‘IMG모델’과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명사가 됐다.

아직 입찰이 진행 중이라 어느 국내 출판사가 시집을 출간할지는 미정이다. 다만 시집이 미국 현지에서 출간되는 3월 말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도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이 마무리되는 즉시 국내 출판사가 번역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에선 한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해외 시집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8)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고먼이 화제를 끌어 호재”라며 “국내 독자들이 시 자체에 기울이는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바이든#시인#독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