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이 神의 작품이라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신, 만들어진 위험/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주 옮김/364쪽·1만6800원·김영사

진화생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뉴칼리지 명예교수가 쓴 종교 비판서다. 2006년 ‘만들어진 신’을 통해 진화론 시각에서 종교의 모순을 조목조목 지적한 지 15년 만이다.

저자는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1부 ‘신이여, 안녕히’에선 성경에 드러난 오류와 모순, 신의 부도덕함을 들춰내며 신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의 시각에서 아브라함을 시험에 들게 한 신은 마치 질투심 많은 아내가 남편을 시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죄 없는 맏아들을 죽게 한 신은 잔인한 아동학대범과도 같다. 성경에는 방주를 타고 탈출한 노아의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각 대륙에선 해당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동물들의 뼈만 나왔다.

도킨스는 만일 신을 주인공으로 한 희곡을 쓴다면 신에게 다음과 같은 대사를 읊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내 아들을 인간으로 변신시켜 모든 인간을 대신해 고문당해 죽게 하면 어떨까? 미안하구나.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을 모르겠구나. … 나는 너를 여자의 자궁에 넣을 것이다. 너는 아기로 태어나 자라고 교육받고, 10대의 불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겪어야 할 거야.”

그는 책 후반부에서 동물행동학과 집단유전학 등 자신의 전공을 살려 주장한다. 놀랍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생물체는 신의 재주가 아니라 자연과 진화의 법칙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우리가 추울 때 소름이 돋는 게 여러 증거 중 하나다. 온몸이 털로 덮여 있던 인간의 먼 조상은 털을 일으켜 세우는 것만으로 체온을 높일 수 있었다. 이제 인간의 몸은 더 이상 털로 뒤덮여 있지 않은데도 여전히 찬 바람에 소름이 돋는 건 진화의 흔적이 남아서다. 만약 태초의 인간이 피부가 매끈한 아담이라면 이런 흔적은 우리에게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종교로 인한 대립이 극심한 때 “종교는 사람들을 언제든 살인무기로 만들 수 있는 정신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도킨스의 주장에 공감하는 무신론자라면 흥미를 끌 만한 책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인간#신#진화생물학자#생물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