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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불-조명만 살짝 바꿔도 휴양지 따로 없죠”

입력 2020-12-19 03:00업데이트 2020-1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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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집구경 시대… 손쉬운 인테리어 팁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 늘자 내 집에 일상공간 꾸미기 붐
노란빛 전구는 호텔-카페 느낌, 홈오피스 구현하고 싶으면 ‘가벽’
집 전체 대공사를 준비한다면 도배→바닥→조명→가구 순
크게보기홈오피스, 홈캉스, 홈카페 스타일로 꾸민 집들(왼쪽 사진부터). 코로나19로 카페 등을 방문하기 어려워지자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집 안에 구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늘의집 제공
#1.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20대 남성 A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집이라도 발리처럼 꾸며야지’ 마음먹었다. 몇 해 전 동남아 어디선가 사뒀다가 처박아 둔 먼지 쌓인 소품을 창고에서 소환해봤지만 영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아! 테스형, 내 집만 왜 이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찬스를 쓰는 수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휴양지인테리어 #동남아인테리어를 검색해 이른바 ‘테스’(인테리어 스페셜리스트) 형, 누나들을 팔로했다. 테스형들은 사진, 영상으로 이렇게 가르쳐주는 듯했다. ‘바보야, 문제는 라탄이야….’ 라탄 소재의 의자, 거울, 화병, 러그까지 ‘결제 완료’. 집 안 곳곳에 놓으니 동남아 휴양지가 따로 없었다.

#2. 맞벌이 부부인 30대 여성 B 씨는 얼마 전부터 ‘남의 집’을 엿보는 취미가 생겼다.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집 꾸미기 후기 사진을 통해서다. 코로나19로 시작한 재택근무 초창기에 사무실에서 쓸 법한 30만 원대 의자와 발받침을 할인 쿠폰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샀는데, 그게 욕망의 서막이 될 줄이야….

거실 조명부터 안방의 침구, 작은 방에 놓인 블라인드, 화장실에 걸어둘 그림까지 ‘북유럽 스타일’의 집들을 계속 접하다 보니 우리 집의 부족한 부분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뭐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성탄절을 앞두고 트리와 조명부터 구매했다. 이제부터 ‘지름’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 잊고 살았던 내 집 꾸미기에 대한 욕망이 불붙고 있다. 카페부터 헬스장, 술집까지 일상 공간의 출입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공원조차도 나서기가 불편해지면서 차라리 해당 공간을 집 안으로 끌어오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동남아 휴양지까지도 말이다.

○ 집 안으로 눈 돌린 사람들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을 만든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4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 외식 등 집 밖 활동에 관심이 많아 유럽 사람들과 달리 집 안에서의 경험이 적었는데 코로나19로 양상이 크게 바뀐 것 같다”며 “집을 좀 더 좋게 꾸미고, 바꾸는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창업했는데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팬데믹(대유행) 이후 흐름이 수년은 빨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4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하루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2020년 현재 13.7시간으로, 2015년 12.3시간보다 크게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곳저곳 손볼 곳이 눈에 띄게 됐고 SNS를 통해 부러움을 살 만한 인테리어 집을 쉽게 접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도 많아진 데다 온라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공업체 단가가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현재 오늘의집 이용자 중 35∼54세 비중은 1년 전 35%에서 50%까지 올라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5∼35세 비중이 50%였는데 역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매력 있는 이용자들이 더욱 증가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 시작은 이불, 조명부터 차근히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성향을 가진 이른바 ‘홈루덴스’(집을 뜻하는 홈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합성어)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바깥 활동을 통해 소비했던 공간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집 안 활동과 관련한 검색량이 크게 늘고 있다. 네이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올해(1∼11월) 월평균 검색량이 ‘홈카페’는 78%, ‘홈짐’은 120%, ‘홈바’는 24%, ‘홈가드닝’은 100% 증가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인테리어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이불과 조명부터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단돈 몇천 원, 몇만 원으로 집 안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조명은 전구색(노란빛)을 추천한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내기 좋다. 이케아 전시장은 90% 이상 전구색을 사용한다고 한다.

재택근무 장기화로 홈오피스를 구현하고 싶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엔 ‘가벽’을 두는 것도 추천한다. 식물을 두는 플랜테리어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집 전체 대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페인트·도배, 바닥 깔기(타일 장판), 조명, 공간배치(가구), 수납·정리, 패브릭(이불 베개 쿠션 커튼 등), 벽 꾸미기(선반 액자) 순서로 하라는 게 인테리어 업계의 조언이다.

○ 인테리어 산업도 성장세
인테리어 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오늘의집은 11월 현재 누적 거래액이 1조1000억 원에 이르면서 지난달 홍콩계 펀드로부터 7000만 달러(약 77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주요 인테리어 3개사도 마찬가지다. 한샘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6.4% 급증했다. LG하우시스의 영업이익은 281억 원, 현대리바트는 8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0%, 29.2% 늘었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부문이다. 한샘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채널 등 B2C 사업 부문이 31.7%나 성장했다”며 “연매출 2조 원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노후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집값이 너무 오른 신축 아파트가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구축 아파트를 매수해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무경 yes@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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