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관심 가지면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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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서품 60주년 함제도 신부
인터뷰 묶어 ‘선교사의 여행’ 출간
故 장익 주교 부탁 받고 한국行
“남북 교류-화해 위해 노력할 것”

한국에서 선교사로 살아온 60년의 삶을 다룬 책 ‘선교사의 여행’을 출간한 함제도 신부.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한국에서 선교사로 살아온 60년의 삶을 다룬 책 ‘선교사의 여행’을 출간한 함제도 신부.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10년 전 청주교구에서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았을 때 주교님께 성직자 묘지에 묻히고 싶다고 말해 허락을 받았다. 올해 60주년이 됐는데 저는 뚱뚱하니까 2인용 묘지를 다시 부탁드리고 싶다. 여기 계신 분들도 나중 묘에 오시면 소주 한 병에 오징어 드시고 가면 된다. 하하.”

올해 사제 서품 60주년인 회경축(回慶祝)을 맞아 ‘선교사의 여행’(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사진)을 출간한 함제도(미국명 제라드 해먼드·87) 신부의 말이다. 이 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 구술사 채록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함 신부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한국인으로 살다 죽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인 그는 본명의 성(姓)인 해먼드를 줄인 ‘함’에 이름 제라드를 줄여 ‘제도’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30년 가깝게 산 청주가 자신의 고향이라며 자신을 ‘청주 함씨’의 시조로 여긴다. 함 신부는 1960년 27세 때 배를 타고 한 달 반 걸려 한국에 도착했다. 그가 선교지로 한국을 택한 것은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이달 5일 선종한 장익 주교가 “한국에 가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장) 주교님 선종 전에 여러 차례 만났다. 그분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바로 무관심이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함 신부는 청주 교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청주 수본성당을 건립했고 북한 결핵환자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60여 차례 방북하기도 했다.

그는 장 주교와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기억을 언급했다. “그분들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신이 북으로 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어려움이 많지만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남북 교류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해 그는 우려를 표시했다. “누가 나에게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고 물으면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가톨릭’이라고 대답한다. 교회 나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올바르게 사는 게 중요하다.”

함 신부에 대한 사제 서품 60주년 감사 미사는 13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시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린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함제도 신부#선교사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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