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수천 년 전에도 걱정했다, 로봇이 인간을 넘어설까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6-27 03:00수정 2020-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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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로봇/에이드리엔 메이어 지음·안인희 옮김/452쪽·2만 원·을유문화사
인공지능을 갖추고 스스로 계획해 임무를 수행하는 인조인간은 인간이 가져온 유구한 꿈이었다.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동아일보 창간호를 읽고 있는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58년 미 해군은 새로 개발한 함대공(艦對空) 미사일 체계에 ‘탈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반세기가 지나 2013년 미국 특수작전사령부가 개발하기 시작한 미래형 전투복의 이름도 탈로스였다. 왜 이름이 같을까.

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크레타섬을 지키기 위해 제작된 청동 거인이다. 이방인의 배가 접근하면 바위를 던져 침몰시킨다. 프로그래밍된 명령에 따라 활동을 수행하는 로봇의 개념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탈로스는 적의 제안에 흔들려 파멸한다. 인간처럼 ‘생각’을 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50대 이상은 우주소년 아톰과 로봇 태권V의 활약에 열광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으로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스인과 현대인이 같은 꿈을 추구해온 셈이다. 이 책은 그리스와 인도 등의 고대 신화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인공생명과 오토마타(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들여다본다.


고대인도 현대인처럼 기술을 사용해 인간의 대리자를 만드는 상상을 했다. 오늘날 논의되는 것과 같은 문제들에도 주목했다. 인조인간이 우월한 능력으로 악행을 펼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들이 인간처럼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인간임’을 규정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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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마법사 메데이아는 아르고 원정대의 영웅 이아손의 아버지인 아이손의 젊음을 찾아주기 위해 황금 용기에서 달인 비밀 혼합액을 주입한다. 그의 권력을 뺏고자 하는 펠리아스를 속이기 위해 메데이아는 늙은 양을 젊은 양으로 재생시켜 보여준다. 1996년 탄생한 복제 양 ‘돌리’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연약한 인간들의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기술과 언어, 불을 준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증강인간’이 인간의 시초부터 잠재됐던 것이다. 나아가 프로메테우스는 아예 인간을 제작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오늘날 인간은 서사시 ‘일리아드’의 헤파이스토스가 펠롭스의 어깨에 인공 뼈를 달아주었던 것처럼 인공 장기를 달고 거리를 활보한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는 인간형 인공 조수들이 있다. 이들의 창조자는 이들이 목소리, 활력, 위트까지 가질 것을 요구한다. AI를 장착하게 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도구가 필요성을 예측하고 스스로 일한다면 하인이나 노예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썼다. AI와 로봇이 대신 일하는 인간 노동 상실의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그런 세상은 인간에게 이상 사회일까. 상아로 만든 피그말리온의 인형은 오늘날 이른바 ‘섹스봇’을 둘러싼 윤리적 고민까지 알려준다.

우리는 신화의 ‘판도라’도 인간을 닮게 ‘제작된’ 존재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인간에게 선물을 가장한 저주로 판도라를 내려주었다. 그가 ‘판도라의 상자’로 잘못 알려진 피토스 항아리를 열었을 때 어떤 일이 생겼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온갖 재앙이 튀어나온 것이다. 서둘러 항아리를 닫았지만 그 안엔 ‘희망’이 갇혔다.

언젠가 도래할 로봇과 AI의 시대가 인간에게 재앙이 될 것인가 희망이 될 것인가. 그 질문은 수천 년을 내려온 것이었다. 그 답을 얻을 열쇠는 우리와 이후의 인류가 쥐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신과 로봇#에이드리엔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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