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예술의 융합, 대중과 본격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3일 03시 00분


설립 30주년 회고 ‘메타의 1만 일’ 책 펴낸 메타건축 우의정-메타아트 이승훈 대표
작고 선배 이종호-강준혁 유업 이어 건축과 문화의 통합적 확장 추구
“문화는 유행 아닌 쌓여 형성되는 것… 그 가치에 대한 해석은 젊은세대 몫”

이승훈 메타아트 대표(왼쪽)와 우의정 메타건축 대표는 “‘과거는 늘 완벽하다’고 했던 강준혁 메타아트 창업자의 말을 가끔 돌이킨다. 현 시점의 문화가 무엇이든 과거의 모든 시간이 이것을 만들기 위해 존재했다는 의미로 기억한다. 새로운 해석은 이제 젊은 세대의 몫”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승훈 메타아트 대표(왼쪽)와 우의정 메타건축 대표는 “‘과거는 늘 완벽하다’고 했던 강준혁 메타아트 창업자의 말을 가끔 돌이킨다. 현 시점의 문화가 무엇이든 과거의 모든 시간이 이것을 만들기 위해 존재했다는 의미로 기억한다. 새로운 해석은 이제 젊은 세대의 몫”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거기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건물이 드물게 존재한다. 화려하고 육중한 랜드마크는 대체로 아니다.

서울 중구 이화정동빌딩(2016년 완공)은 그런 건물이다. 임대수익을 목표로 지은 상업건물이지만 사연 많은 정동길을 다독이며 끌어안듯 열려 있다. 유리벽 앞에 넉넉한 점이공간을 두고 쌓은 벽돌벽이 길의 흔적을 한 호흡 완충해 전달한다. 소나기를 피해 이곳에 서서 벽돌 사이 하늘을 마주하고 있자면 비구름이 서둘러 흘러가버리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늘 드나드는 사람, 오가다 잠시 멈춘 사람, 앉아 머물려는 사람의 동선을 세심하게 상상한 배려가 읽히는 공간이다.

서울 중구 이화정동빌딩(위쪽 사진)과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한 상업건물이지만 주변 공간에 녹아들 방법을 고민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동길에 더께 쌓인 복잡다단한 시간의 자취, 서울숲을 향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넉넉히 품어 아우른다. ⓒ김재경
서울 중구 이화정동빌딩(위쪽 사진)과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한 상업건물이지만 주변 공간에 녹아들 방법을 고민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동길에 더께 쌓인 복잡다단한 시간의 자취, 서울숲을 향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넉넉히 품어 아우른다. ⓒ김재경
이 건물은 건축가 이종호(1957∼2014)가 설계하고 그의 건축사무소 ‘메타’의 후배들이 완성했다. 이종호의 메타건축, 문화기획자 강준혁(1947∼2014)의 메타아트를 아우른 메타(metaa)는 ‘예술과 건축을 통한 점진적 진화(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and Architecture)’의 약자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건축과 문화기획 작업 기록을 묶은 책 ‘메타의 1만 일’(재주상회)을 펴낸 2대 대표 우의정 건축가(55)와 이승훈 문화기획자(55)를 서울 성북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처음엔 엄숙한 자료집을 생각했다가 출판사의 도움 덕에 젊은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단출한 잡지 형식으로 만들었다. 건축과 문화기획을 합쳐 8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메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는 직접 대중과 소통하는 자체적 프로젝트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이 대표)

메타는 이종호와 강준혁이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사무소 ‘공간’에서 만나 움텄다. 김수근은 건축사무소 사옥에 공연장을 마련하고 사물놀이를 소개하는 등 건축을 근간으로 한 문화 전반의 통합적 향유를 추구했다. 메타는 그 융합과 포용의 기운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했다. 컨테이너를 엮어 올린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2017년 완공)는 목적과 용도에만 얽매이지 않은 건축물이 도시의 표정을 얼마나 경쾌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메타아트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한국주간(1998년), 전주소리축제(2001년) 등의 기획으로 한국 문화기획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문화는 유행이 아니다. 상당 기간 쌓이면서 공유가치가 뚜렷해지는 어떤 것이 문화가 된다. 한 조직이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신입 디자이너가 수석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메타건축은 ‘뚜렷한 스타일이 없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건축가 개인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시켜 온 까닭이다.”(우 대표)

과거의 흔적을 치워내고 ‘지금 여기’에 몰두하는 세태가 주류를 이룬 상황에서 대를 이어 초심의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은 흔하지 않다. 두 사람은 “특출한 리더들이 존재한 시기는 지나갔다. 지금은 누가 앞에 나서서 선도하는 것을 다들 참고 보지 못하는 시대다. 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연속성을 잃고 파편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상황은 또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조직이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해석도 유연하게 변하는 것이 좋다. 해석이 확대돼야 시스템이 이어진다. 리더의 임무는 그저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 대표)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메타건축#우의정#메타아트#이승훈#메타의 1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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