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어두운 공간’ 활용 …독특한 세계 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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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 컷 © News1
영화 ‘’기생충‘ 스틸 컷 © News1
영화계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수상한 기생충을 비롯한 일련의 영화에서 어두운 공간을 적절히 활용해 관객에게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사는 반지하방과 박사장(이선균) 자택의 지하 방공호가 등장한다.

반지하방는 공짜 와이파이(Wifi) 신호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배회해야 하고 배변기가 집안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지하 방공호에는 비밀의 문을 통해 지상과 연결돼 있으며 가정관리사 문광의 남편 근세(박명훈)이 숨어 사는 곳이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에서도 어두운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영화계는 봉 감독이 한국 사회에 ‘이런 곳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문재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영화감독 7인을 말하다’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어두운 공간이 흥미로운 지점을 이룬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에 나오는 아파트 지하실이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윤주(이성재)는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애완견의 소음을 참지 못하고 옆집의 애완견을 유괴해 아파트 지하실에 있는 장롱에 가둬버린다.

문 교수는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이 작품에서 아파트 지하실이 한국 역사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공간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영화 괴물 스틸컷 © 뉴스1
영화 괴물 스틸컷 © 뉴스1

영화 ‘괴물’에서는 투신자살하려던 남자가 한강을 내다보다가 강물 속에서 괴물체를 발견한다. 이후 영상은 한강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두운 심연을 파고든다.

한보리씨는 학술저널 ‘영화연구 71호’에 발표한 논문 ‘봉준호 영화의 어두운 공간에 대한 연구’에서 봉준호 감독이 어두운 공간을 독특한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평했다.

한씨는 ‘살인의 추억’에서 경찰서 지하 취조실로 내려가는 계단, ‘마더’에서 어두운 골목길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마더’에서는 문아정이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도준의 추근거림을 피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한씨는 한국의 소외계층이 정상적인 공간이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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