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잘나가는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변화와 실험정신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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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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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니콜 후앙 글렌피딕 브랜드 매니저
싱글몰트 위스키 ‘나홀로 성장’
젊은 층 공략·무연산 위스키 출시 등 변화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의 니콜 후앙(사진) 브랜드 매니저.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의 니콜 후앙(사진) 브랜드 매니저.
“‘맛집’ 열풍 등으로 시작된 미식 문화가 주류까지 번지고 있다. 오히려 좋은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의 니콜 후앙(사진) 브랜드 매니저는 위스키업체가 처한 시장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한 증류소에서 보리로만 제조한 위스키) 판매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존과 달리 젊은 세대, 특히 여성이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니콜 후앙 브랜드 매니저를 만나 싱글몰트 위스키가 소위 ‘잘 나가는’ 이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경기 침체와 혼자 술을 먹는 ‘혼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에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률(-4.4%)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 같은 기간 싱글몰트 위스키는 3.5%로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는 약 13.0%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니콜 후앙 브랜드 매니저는 “남들과 다른 술,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찾는 소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며 “위기감이 커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싱글몰트 위스키는 영역을 더 넓힐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글몰트는 한곳의 증류소에서 100% 보리로만 증류한 원액으로 만든 위스키다. 여러 위스키를 섞어 제조하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지역과 증류소의 특성이 반영돼 개성이 뚜렷하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주요 전략으로 ‘변화’와 ‘실험정신’을 꼽았다.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는 국내에서 젊은 층을 겨냥해 직접 찾아가는 ‘몰트 저니’ 시음행사를 열고 있다. 한 해 개최 횟수는 100여 차례에 달한다. 업계에선 볼 수 없었던 시도다.

이와 함께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200㎖짜리 12년산과 전용 잔 등으로 구성한 ‘하이볼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넣어 희석한 음료를 통칭한다.

니콜 후앙 브랜드 매니저는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40대 남성이 주력이던 주 소비층 연령도 2030세대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선물 세트를 내놓고 접대업소 대신 몰트바 등에 물량을 공급하는 등 트렌디한 감성을 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의 니콜 후앙(사진) 브랜드 매니저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의 니콜 후앙(사진) 브랜드 매니저
이달 초에는 전 세계 주류 전문가와 협업하고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무(無)연산 위스키 ‘익스페리멘탈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연산 표기는 위스키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중 ‘페일에일(IPA) 익스페리먼트’는 IPA 오크통(참나무통)에서 숙성시킨 업계 최초의 위스키다. 스코틀랜드의 스페이사이드 지역 양조 전문가인 셉 존스가 생산과정에 참여했다.

니콜 후앙 브랜드 매니저는 “다른 관점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면서 “소비자가 연산을 따지기보다는 본연의 술맛, 실험정신 등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익스페리멘탈 시리즈는 생산과정과 협업, 진정한 경험 등 차별성을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를 소개하며 경쟁력으로 ‘독자적인 경영’을 꼽았다. 니콜 후앙 브랜드 매니저는 “스코틀랜드에는 증류소가 130여 곳 있다”며 “대부분은 경영자와 주주 등이 있어 색다른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글렌피딕은 한 가족이 5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덕분에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등이 결과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증류소 등 시설 확장에 나서기로 했다”며 “위스키는 숙성기간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갖추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는 현재 100만 배럴 이상의 위스키를 저장하고 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50여 년 동안 판매할 수 있는 양이다. 40년산은 연 1000병가량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위스키업체다.

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sangj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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