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앞서간 양준일 “저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다 녹여줬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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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출연, 손석희 사장과 인터뷰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가수’ 양준일이 “더 이상 제 과거가 저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준일은 25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의 ‘문화초대석’에 출연해 “(손석희) 사장님뿐만이 아니고 모든 대한민국이 저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그걸 다 이렇게 녹여줬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양준일은 뉴 잭 스윙 등으로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평가 받는다. 1991년 데뷔곡 ‘리베카’를 비롯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불렀다. 하지만 당시 영어 노랫말을 많이 쓰고 춤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활동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모 직원이 외국사람 분위기를 풍기는 양준일을 향해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고 쏘아붙인 뒤 비자 갱신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준일을 사회적 차별로 인한 피해자로 보는 분석이 나왔다. 몇 년 동안 국내 문화·사회계 중요 키워드로 통하는 ‘혐오’의 희생양으로 풀이하는 이들이 꽤 된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 등에서는 90년대 가수들의 음악 방송 무대를 볼 수 있는 ‘탑골’ 시리즈, 지금은 잊혀진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을 통해 재발견됐다. 그러자 “시대가 양준일을 따라잡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양준일은 이날 ‘뉴스룸’ 앵커인 손석희 JTBC 사장과 인터뷰에서 “제 하루, 하루가 좀 재방송 같은 느낌이었었는데 제가 한국에 들어와서는 하루가 안 끝나고 계속 가는 느낌”이라면서 “그래서 정말 맨날 이게 꿈인가, 이게 꿈인가라는 얘기를 자꾸 하면서. 그냥 감사하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하는 양준일은 ‘슈가맨3’ 출연 이후 팬덤이 크게 늘었다. 데뷔 28년 만인 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생애 첫 팬미팅을 연다.

아내와 함께 지난 20일 입국한 양준일은 “저도 맨날 꿈 같아요. 꿈 같고 그리고 지금 제가 사실 비행기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저와 와이프하고 박수를 막 박수를 쳤어요. 너무 기뻐서”라며 웃었다.

양준일은 자신의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돌아봤다. “실질적으로 제 머릿속에 있는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되는 상황”이라고도 털어놓기도 했다.

“왜냐하면 제 과거를 보면 꼭 그게 나의 미래로 그냥 이어간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자꾸 버려야지, 버려야지(했죠). 행복하기 전에 불행함을 버려야 되는 것처럼, 제 머리에서 가득 차 있는 제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느라고 노력을 생활처럼 했었다”고 고백했다.

‘슈가맨’은 영화 ‘서칭 포 슈가맨’(감독 말릭 벤젤룰·2011)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영화를 실화를 바탕으로, 단 두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신비의 가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슈가맨’ 시리즈를 기획한 JTBC 윤현준 CP는 양준일이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에 가장 맞는 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영화에 나오는 로드리게스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천재적인 음악을 했는데 하필 그때 밥 딜런이 있었고요. 양준일 씨 역시 매우 혁신적이고 천재적인 음악을 했는데 하필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고. 또 여러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가 있었는데 로드리게스는 사실은 소수민족”이라고 짚었다. “활동 당시에 굉장히 젊은 재미교포라는 존재는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또 다른 의미에서의 소수민족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차별받았다”는 얘기다.

이날 양준일 역시 “(영화 속 이야기가) 너무 똑같다”고 확인했다. “실질적으로 (영화 속) 그게 언제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예를 들어 100년이면 100년 이런 사이클에 한 번씩 나오는 스토리가 아닌가. 아마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1991년 데뷔, 2019년 컴백해 ‘시간여행자’로 불리는 양준일은 ‘뉴트로 열풍’을 탄 ‘문화적 신드롬’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인터넷 기사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선플만 가득하다. 양준일의 컴백을 축하한다며 그를 위한 지하철 옥외광고판이 들어서기도 했다. ‘뉴스룸’ 출연 이후 쉰살에도 여전히 ‘꽃미모’를 간직한 그의 모습과 솔직하고 투명한 마음씨에 반한 시청자들이 새로운 팬을 자처하고 있다.

31일 오후 4시와 오후 8시 두 차례 열리는 팬미팅은 지난 20일 온라인 티켓 예매사이트 하나티켓을 통해 예매를 오픈하자마자 티켓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슈가맨’ 방송처럼 양준일과 팬들이 대화를 나누고 양준일이 노래를 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벌써부터 양준일의 향후 한국 활동을 대한 섭외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음원 발매는 물론, 광고 출연, 뮤지컬 제안 등이다.

이날 손 사장이 “결국은 한국으로 와서 정착을 하고 싶다라는 소망이 있냐”고 묻자 양준일은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 식당의 주인인) 써니 누나가 이번에는 네가 다시는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시간이 되면요. 시간이 되면 다 하고, 그냥 여러분들이 저를 원하는 동안은 그것을 다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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