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도 고구려식 귀걸이 나와…신라·고구려 교류 ‘열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8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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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본거지인 경주 외에 포항지역에서도 처음으로 고구려 양식이 적용된 귀걸이 유물이 발견됐다. 신라와 고구려의 당시 교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화랑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진입도로구간의 포항 흥해읍 대련리 유적에서 금제굵은고리귀걸이(금제태환이식·金製太環耳飾) 1쌍을 비롯해 금제가는고리귀걸이(금제세환이식·金製細環耳飾) 2쌍, 은제팔찌 1쌍 등 장신구류와 토기들이 출토됐다고 18일 밝혔다.

포항 대련리 유적에서는 돌덧널무덤(석곽묘·石槨墓) 1기와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묘·橫穴式石室墓) 6기 등 총 7기의 무덤이 조사됐다. 대부분의 무덤이 도굴을 당했지만 무너진 천장돌(개석·蓋石)이 껴묻거리(부장·副葬) 유물을 덮고 있었던 4호 무덤의 경우 다행히 도굴꾼의 손길을 피해 유물들이 남아있었다.

유적에서 가장 큰 4호 무덤은 돌방 길이 5.3m, 너비 1.8m의 긴사각형이며 주검받침(시상·屍床)이 상하 2겹으로 겹쳐 있다.

하층(1차) 주검받침에서는 금제가는고리귀걸이 1쌍, 금제굵은고리귀걸이 1쌍, 은제팔찌 1쌍이, 상층(2차) 주검받침에서는 금제가는고리귀걸이 1쌍이 각각 출토됐다. 5세기 후반의 유물들로 추정되고 있다.

주검받침이 두 번에 걸쳐 만들어진 점, 다수의 귀걸이가 출토된 점으로 미뤄 4호 무덤에는 3구 이상의 주검이 시간차를 두고 추가로 묻혔던 것으로 판단된다.

출토된 유물 가운데 금제굵은고리귀걸이는 달려있는 장식을 볼 때 고구려지역의 양식을 띠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심고리(주환·主環) 아래 중앙에 가로로 새김눈금선대(각목대·刻目帶)가 장식된 소환연접구체(小環連接球體)의 샛장식(중간식·中間飾)과 원뿔형의 드리개(수하식·垂下飾)가 결합돼있다.

충북 청원 상봉리, 서울 능동, 강릉 병산동 등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귀걸이가 출토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련리 유적 귀걸이는 샛장식에 새김눈금선대(각목대)가 존재하고 샛장식 아래쪽의 원반상 장식이 생략되는 등 전형적인 고구려산 귀걸이와 차이를 보여 고구려의 제작기법을 모방해 신라에서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신라의 외곽지역인 포항에서 이 같은 고구려 기법이 사용된 5세기 후반의 귀걸이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당시의 교류 양상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제가는고리귀걸이의 경우 각각 중심고리에 샛장식, 드리개가 결합된 구조로 경주 천마총과 서봉총, 보문리 부부총, 창녕 송현동고분 등에서 비슷한 귀걸이가 출토된 바 있다. 원통형 샛장식에는 선문(線紋·줄무늬)과 투각(透刻·뚫새김)장식이 돼있고 드리개에는 넓은 나뭇잎형 장식 1매와 작고 오목한 형태의 나뭇잎 모양(측엽·側葉) 장식 2매가 각각 달려있다.

이와 함께 돌방 남쪽 끝의 껴묻거리 공간에서는 그릇받침(기대·器臺), 긴목항아리(장경호·長頸壺), 굽다리접시(고배·高杯) 등 다양한 형식의 토기 수십 점이 출토됐다.

오승연 화랑문화재연구원장은 “금제굵은고리귀걸이의 경우 아래에 달린 장식이 고구려 양식이어서 5세기 후반 포항지역에서도 고구려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경주 외곽에 해당하는 포항 일대의 굴식돌방무덤 수용 시기와 경로, 그리고 신라와 고구려의 교류관계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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