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낯선 내 모습서 찾아낸 그림의 속살… 정의철 작가 신작 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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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린 그림 덩어리째 떼어내 앞뒤를 뒤집어 패널에 붙여
설치 위주 ‘과정 미술’ 회화에 적용

‘과정 미술’을 회화로 구현해 인간을 탐구하는 정의철 작가의 신작 ‘낯설다’. 갤러리쿱 제공
‘과정 미술’을 회화로 구현해 인간을 탐구하는 정의철 작가의 신작 ‘낯설다’. 갤러리쿱 제공
그림의 ‘속살’은 어떻게 생겼을까.

다 그린 그림을 덩어리째 떼어내 ‘물감의 속살’을 드러낸 독특한 작품이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열리는 전시에서 정의철 작가(41·사진)가 선보이는 자화상들이다.

고유의 시각언어로 주목받는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낯설다’ 연작을 선보인다. 겉만 보면 붓으로 덧칠한 아크릴화 같지만 화법은 전혀 다르다. 작가는 반들반들한 아스테이지 판 위에 먼저 형체를 그리고 마지막에 배경을 칠한다. 물감이 굳으면 전체 덩어리를 떼어낸 뒤 앞뒤를 뒤집어 패널에 붙인다. 처음 칠한 색과 마지막 칠한 색의 위치가 뒤바뀌는 ‘거꾸로 그린 그림’인 셈이다.

정 작가는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표현할 방법을 연구하다 ‘물감을 뜯어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작업 방식은 하나의 ‘과정 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과정 미술이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주제로 삼는 걸 일컫는다. 펠트 천을 일정 간격으로 잘라 만든 로버트 모리스(88)의 설치 작품이 대표적. 주로 설치나 조각 위주였던 ‘과정 미술’을 정 작가는 회화에 적용했다.

인물화를 선호하지 않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드물게, 정 작가는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자화상에 풀어낸다. 러시아 유학생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아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완성된 그림은 뒤집힌 거울 속 모습이지만 보는 사람은 평범한 자화상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흥미롭다”며 “익숙한 형태에 숨어 있는 낯선 감각을 찾아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를 언급하며 “보이는 눈만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최근까지도 프랑스 파리국제아트쇼와 터키 국립이즈미르박물관, 중국국제아트페스티벌 등 국제 그룹전에 참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정 작가의 그림을 보고 펑펑 우는 관람객도 있을 정도로 직접 마주하면 큰 감동을 받는다.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생각을 용감히 펼쳐 곧 대중에게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갤러리쿱.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정의철 작가#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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