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밴드들 제치고 올해의 기대주 뽑힌 통기타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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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EBS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에 나온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백충원(왼쪽)과 김선훈. 십센치, 악동뮤지션, 핑크플로이드를 뒤섞은 분위기를 풍긴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제공
지난달 EBS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에 나온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백충원(왼쪽)과 김선훈. 십센치, 악동뮤지션, 핑크플로이드를 뒤섞은 분위기를 풍긴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제공
어쿠스틱 팝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는 지난달 EBS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에서 이변의 중심에 섰다. 록, 전자음악을 내세운 화려한 밴드들을 모두 제치고 통기타 두 대만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 발표가 윙윙거리게 들렸어요. 설마 우리가 맞나 싶었거든요.”

백충원(33·보컬·기타)이 경상도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말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옛날부터 좋아했어요. 너무 감사했죠.” 아직도 꿈꾸는 듯 말하는 이들은 부산 토박이다.

드러머(백충원)와 베이시스트(김선훈·29·기타)가 만나 만든 별난 통기타 듀오. 2014년 결성해 부산대와 경성대 앞 카페와 클럽을 돌며 연주했다.

‘비가 내리는 오늘/ 나는 트럭을 몰고 야채를 배달하고 있네’(‘비가추’) 같은 가사는 현실이었다. 백충원은 음악에 투신하기 전 6년간 채소 배달을 했다. “트럭을 운전해 식당에 가 20㎏, 40㎏짜리 채소 상자를 들고 계단 오르내리는 일을 매일 하다보니 무릎 연골이 나갔어요. 어쩔 수 없이 관두고 음악에 전념했죠.”

김선훈은 시각장애 1급을 지녔다. 어려서부터 플루트를 잡았다. 눈으로 보는 악보는 그때나 지금이나 필요 없다고 했다.

“저는 악기한테서 악기를 배웠어요. 플루트로 해본 것을 피아노로, 베이스기타로 해본 것을 전기기타로 쳐보는 식으로요.”

통기타를 들었지만 R&B와 힙합의 영향이 짙다. 재치 있게 각운 맞춘 가사를 랩처럼 뱉어내는 노래는 “듣는 음악의 70% 이상이 힙합”이라는 백충원의 재주다.

5분 50초짜리 노래 ‘무동력’에선 절반이 통기타 솔로 연주.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가 떠오른다고 했더니 반문한다. “어떤 노래요? 안 들어본 곡인데 한번 들어볼게요.”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는 23일 새 앨범 ‘동 동 동 동 동’을 냈다. 다음달 8일 서울 마포구 클럽 ‘FF’, 9일 영등포구 문화공간 ‘재미공작소’에서 공연한다.

‘내가 다 돼줄게’란 곡은 영화 ‘부산행’을 보고 썼다. 올해 목표도 경부선과 관련 있다.

“서울 공연 갈 때 보란 듯이 KTX를 타보고 싶어요. 너무 비싸서 7시간 걸리는 무궁화호를 타거든요.”

통기타와 캐리어를 짊어지고 서울 행 열차에 앉은 두 부산 사내를 본다면 요청해보시길.

‘올해의 기대주, 노래 한 곡 해주실래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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