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그 옷’ 디자이너의 소신 “옷은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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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 브랜드 론칭 지춘희씨
여배우 패션 ‘청담동 며느리 룩’ 화제… 10만원대 의상 공급 파격적 도전
“90세까지는 옷 만들겁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미스지 콜렉션’의 지춘희 대표. 최근 홈쇼핑 채널에 새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오쇼핑 제공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미스지 콜렉션’의 지춘희 대표. 최근 홈쇼핑 채널에 새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오쇼핑 제공
“언젠가 길에서 중년 남성 한 분이 저에게 막 달려오는 거예요. 아내가 약혼식 때 입었던 선생님 드레스를 잘 간직했다가 딸에게 물려줬다며 고맙다고 했어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이게 내가 옷을 만드는 이유구나’ 하고 또 한 번 느꼈지요.”

2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있는 ‘미스지 콜렉션’ 사무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지춘희(미스지 콜렉션 대표)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강렬한 검은색 뿔테 안경과 단발머리가 그를 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보이게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자 소녀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 대표는 ‘청담동 며느리 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채시라, ‘모래시계’의 고현정, ‘청춘의 덫’의 심은하, ‘불꽃’의 이영애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입었던 의상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심은하, 이보영, 차예련, 이나영 등 유명 여배우들은 결혼식 날 그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하늘과 강물 등 자연에서 빌려왔다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색감과 우아한 디자인 때문에 정재계 유명 인사 중에서도 그의 옷을 애용하는 이들이 많다.

작품에 특별히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여자’라고 답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아내’ 혹은 ‘엄마’로만 불리는 많은 여성들이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여성성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옷을 짓는다.

2018 FW(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는 ‘미투(Me too)’ ‘위드 유(With you)’ 등 성폭력에 대한 저항을 담은 문구를 옷에 담았다. 그는 “패션은 세태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문을 굉장히 열심히 본다”며 “옷에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 여성으로서의 자기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9년 서울 명동에 ‘미스지 콜렉션’ 의상실을 연 지 대표는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국내 패션계의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다. 이번에도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CJ오쇼핑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 브랜드 ‘지 스튜디오’를 만든 것. 코트 한 벌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지 대표의 옷을 홈쇼핑에서 10만 원 후반대에 살 수 있다는 소식에 벌써 관심을 가지는 패션 피플이 많다.

지 대표는 “옷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게 내 꿈”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홈쇼핑에 내 옷을 소개하면 그 꿈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더러 ‘국내 패션 1세대’라고 하지만 쟁쟁한 선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는 현역 디자이너로 불렸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90세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 하고 싶어요. 아직 떠오르는 영감도 무궁무진합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지춘희#미스지 컬렉션#디자이너#청담 며느리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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