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팥-버터-빵의 마술… ‘앙버터’ 한입 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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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힐의 크럼블앙버터. 임선영 씨 제공
오지힐의 크럼블앙버터.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입을 벌렸다. 쌉싸래한 팥 내음이 코를 뚫는다. 이윽고 들어오는 묵직한 버터. 혀끝을 지그시 놀리니 팥을 감싸며 녹아내린다. 빵은 씹는 맛이 그만이다. 홍어와 삼겹살, 김치처럼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 있다. 팥과 버터, 빵의 앙상블 ‘앙버터’다. 팥소는 앙버터의 ‘심장’이다. 장인들은 섬세한 감각으로 팥 특유의 맛과 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쌀뜨물로 팥의 떫음을 잡아내고 숯을 이용해 팥을 뭉근하게 속부터 익힌다. 설탕 대신 홍시로 단맛을 내는 곳도 있다. 장인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이다.

버터는 ‘고급감’을 결정한다. 구르메버터는 프랑스 원산지 명칭 보호 인증(AOP)을 받은 목초우유로 만드는데 이지니, 레스퀴르, 엘&비르 등을 최상급으로 친다. 이들은 숙성 과정을 거친 발효 버터로 82% 유지방의 고소함이 일품이다. 섬세한 빵집 주인들은 손님이 주문하면 냉장고에서 버터를 내어 준다. 시원하게 씹히다 체온만으로 녹아드는 버터는 천상의 아이스크림이라 할까.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맛이 깔끔한 뉴질랜드산 앵커 버터는 앙버터 대중화의 1등 공신이다.

빵은 베이커의 자존심이다. 초기 앙버터는 바게트나 차바타를 썼다. 2011년 앙버터의 열풍을 일으킨 빵집 ‘브레드05’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차바타가 절묘했다. 독일 빵인 브레첼은 짭조름한 맛으로 입맛을 당겼다. 최근에는 크럼블, 스콘, 다쿠아즈 등 구움 과자에 넣기도 하고 떡집에서도 ‘앙버떡’을 만든다.

서울 서초구 ‘베이커로드’에서는 쌀발효종 앙버터를 맛볼 수 있다. 반죽에 쌀발효종을 40% 이상 배합한 바게트는 향이 구수하고 속이 편하다. 직접 쑨 국산 팥과 엘&비르 구르메버터를 사용해 맛이 고급스럽다. 이태원의 ‘오지힐’은 신세대 앙버터를 대표한다. 빵 대신 호주식 크럼블을 넣었다. 땅콩과 직접 조린 사과 콩포트가 달콤 고소하다. 직접 쑨 국산 팥, 앵커 버터 인심이 가장 후하다. 제주에 가면 ‘미들웨이’에서 식사 빵으로 즐기시길. 쫀득하고 부드러운 베이글의 식감이 수제 팥과 버터를 순하게 감싸 안는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베이커로드: 서울 서초구 동광로12가길 12, 02-532-0920. 쌀바게트앙버터 4000원, 쌀크루아상 3500원

○ 오지힐: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4-8, 010-8902-0541. 크럼블앙버터 6500원, 파블로바 7000원

○ 미들웨이: 제주 제주시 고산동산서길 5, 070-8624-6690. 앙버터베이글 3500원, 앙버터바게트 4800원
#앙버터#오지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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