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가 오자마자 바로 환자의 몸 위에 뛰어올랐고 체중을 실어 있는 힘껏 심장을 눌렀다. (…)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눈가로 떨어져 두 눈이 따가웠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중략된 부분도 숨 가쁜 과정이다. 기관 내 삽관 준비, 응급약물 투약, 혈압 체크, 승압제와 수액조절기 준비…. 생사가 오가는 의료 현장은 이토록 치열하다.
이 책은 김현아 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의 기록이다. 동아일보에 연재한 ‘김현아 간호사의 병원 제대로 알기’ 칼럼, 메르스 사태 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다.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다”는 편지로 화제가 됐던 의료인이다. 책은 저자가 첫 병원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기억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환자 곁을 지켰던 시간들을 담았다.
끓어오르는 가래를 뽑고 돌아서면 다시 넘치는 가래 소리를 내는 환자, 두 번의 심폐소생술에서 돌아왔지만 언제 다시 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환자, 뇌질환으로 생긴 환청으로 고함을 지르며 날뛰는 환자…. 이 환자들을 돌보느라 간호사들은 아침도 거르고 냉장고 안 삶은 계란 하나를 점심으로 삼아 꾸역꾸역 삼키며 일해야 한다.
환자를 살리려는 절절하고 생생한 노력의 기록뿐 아니라 이익 창출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는 간호사의 인권 문제에 대한 고발도 날카롭다. 최근 이슈가 됐던 ‘태움’ 문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간호사들만의 문제라기보다 간호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삶과 죽음 사이에 위태롭게 서 있는 환자들 한 명 한 명이 내 스승이었고 그들만이 내가 간호사라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도록 해준다”며 간호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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