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의 사진 원본은 동아일보 독자정보실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02-2020-0300
동호인 한 명이 낭떠러지를 덮은 얼음을 거슬러 오른다. 손에 쥔 아이스바일이 얼음을 칠 때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각이 아래로 튄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판대 아이스파크 빙벽장에는 빙벽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의 기세는 얼음과 함께 깨어져 떨어진다. 2월 말까지 짧은 기간만 오를 수 있는 빙벽. 가장 추운 지금이 가장 뜨거운 시기다.
고어텍스 외투, 빙벽용 아이젠이 부착된 부츠, 장갑. 추위가 절정인 날에 사방이 얼음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는 사람의 복장 치고는 너무 단출하다. 기자가 입은 롱패딩이 머쓱하다. 장갑은 따뜻하냐는 괜한 질문을 던져 본다.
“아무리 좋은 걸 껴도 손발이 시린 건 똑같아요. 팔을 들고 있으니 피가 아래로 쏠려 고통이 더하지만, 어느 순간 지나면 괜찮아져요.”
40m 빙벽에서 방금 내려온 최상범 씨(35·경남 김해시·교사)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다시 100m 빙벽을 오른다. 점심은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시간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강추위에 얼음이 기준 이상으로 얼어 아이스스크루(자일 고정용 도구)를 박는 시간이 오래 걸렸단다. 지금 올라가면 반나절은 지나야 정상을 만난다. 보는 사람에겐 아찔한 광경이지만 그에게는 짜릿한 행복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