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수능 마친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모모야,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어. 넌 어른이 되어서도 딴 사람들과는 다를 거야.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문학동네·2003년)》

고등학생 시절 나는 내가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물탱크 내부의 녹을 없애기 위해 방청제(防劑)를 뿌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동네 어른들의 얘기를 우연히 듣고 나서부터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방청제가 몸에 들어가면 두통과 기억력 감퇴를 일으킨다고 했다. 간단한 수학 공식이 생각나지 않아 고생하던 일까지 떠오르자 나는 불치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며 혼자서 머리를 싸맸다.

몸의 변화에 민감한 청소년기의 흔한 착각이었음을 한참 지난 뒤 깨달았지만 당시엔 제법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방청제 부작용으로 학교 성적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달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와 시험 뒤 학급 게시판에 나붙는 등수 표, 이런 데서 느끼는 압박감 등으로 10대 시절은 대부분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매년 수능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3년 동안 온갖 마음고생을 하며 기울인 노력을 한나절 만에 평가받는 학생들이 딱해서다.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성적에 맘 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일들이 인생의 방향을 통째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10대 때 받은 성적표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뚜렷해진다.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인 모모에게는 다행히도 이를 알려주는 사람이 많았다. 프랑스 파리의 이방인 거주지에서 자란 그는 “행복은 나의 편이 아니다”라며 열 살 때부터 고민에 빠진다. 정신병자였던 아버지의 병을 자신이 물려받았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감수성이 남다른,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며 다독여줬다. 시험 성적에 낙심한 자녀가 있다면 질책 대신 이런 위로를 건네기를 권한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에밀 아자르#자기 앞의 생#수험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