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라지만…프로레슬러, 중위연령 55세·5명 중 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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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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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을 ‘짜고 하는 쇼’라며 깎아내리는 시각이 일부 있다. 설령 ‘각본 있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프로레슬링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팬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치명적인 대가가 존재한다.

호주 맥쿼리대학교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프로레슬러는 같은 연령·성별의 일반인보다 평균 약 3년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직업·환경의학(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게재됐다.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와 그 전신 단체에서 활동한 남녀 레슬러 1000명 이상을 분석한 해당 분야 최대 규모 연구로 평가된다.

1953년부터 2024년까지 약 7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레슬러 약 5명 중 1명이 사망했으며, 사망 중위 연령(나이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55세에 불과했다. 또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 인구보다 6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맥쿼리대 신경역학자 레이다르 리스타드( Reidar Lystad) 박사는 “이번 결과는 접촉·충돌 스포츠가 지닌 위험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엘리트 운동선수는 일반적으로 더 건강한 상태에서 출발하지만, 반복적인 두부 충격으로 인한 장기적 위험이 그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레슬러의 주요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으로, 전체 사망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71세를 일기로 사망한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본명 테리 볼리아)의 사인도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이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히면서 심장조직이 죽는 질환이다.

또한 약물 과다복용과 자살도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50세 이전 사망에서 그 비중이 컸다.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비만과 높은 경기 출전 빈도가 지목됐다. 비만한 레슬러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 또한 경기 일정이 빡빡할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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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는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4년 브록 레스너를 꺾고 WWE 챔피언에 오른 에디 게레로는 38세의 나이에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또 2007년 발생한 크리스 벤와 사건(살인 후 자살)은 높은 자살률 문제뿐 아니라, 반복적인 두부 충격과 관련된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인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가능성을 시사한 사례로 꼽힌다.

프로레슬러의 조기 사망 문제가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의회 차원의 조사도 진행됐다. 당시 헨리 왁스먼 하원의원은 프로레슬링계가 스테로이드와 경기력 향상 약물 남용 문제를 묵인해 왔다고 비판했다. 스테로이드는 심혈관 질환 위험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

리스타드 박사는 “위험한 경기 환경과 부족한 규제 등 구조적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개인의 위험을 넘어, 높은 신체적 부담과 반복적인 부상, 그리고 거대한 글로벌 산업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리스다드 박사는 “프로레슬러들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이들의 장기적인 신체·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전반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예방 가능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136/oemed-2025-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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