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을 만든 작가 토베 얀손의 조카인 소피아 얀손 무민캐릭터스 대표(오른쪽)와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1945년 탄생한 무민은 각국 어린이와 어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핀란드대사관 대기실에도 커다란 무민 인형이 있어요. 혹시 기분이 우울한 방문객이 있다면 큰 포옹으로 다독여 줄 수 있도록요.”
‘무민 원화전’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대사를 만났다. 소피아 얀손 무민캐릭터스 대표(55)도 함께 자리했다. 무민(Moonim)은 화가 토베 얀손(1914∼2001)이 72년 전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을 본떠 만든 핀란드 국민 캐릭터다.
“어렸을 적부터 줄곧 무민을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저의 두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이고요. 핀란드에 살 땐 여름에 온 가족이 대통령궁 근처의 무민 파크로 놀러 가곤 했습니다.”
무민 시리즈는 철학적인 무민 파파, 다정한 무민 마마 등 무민 가족과 친구들이 모험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는 이야기다. 핀란드가 소련에서 독립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세상에 나와 행복, 가족애, 우정 등을 따뜻하게 전해왔다.
“각기 다른 품성을 가진 캐릭터가 무민 시리즈의 매력이죠. 또 핀란드의 자연을 배경으로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드러운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핀란드 국민이 무민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미혼이었던 토베 얀손은 귀여운 조카 소피아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전설 속 무서운 트롤을 둥글고 귀여운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때문에 그의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무민은 지금보다 더 날카롭고 작은 모습이다.
“저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핀란드 시골집에서 이모가 그린 만화책을 봤어요. 글을 배우기 전이었지만 그림만 보고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어요.”
어린 조카 소피아는 어느덧 자라 1997년부터 무민캐릭터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얀손 대표는 “책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원화 작품 사이즈가 작다”면서 “이모의 그림은 디테일이 강하니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감상해 달라”고 부탁했다.
무민 시리즈는 ‘무민 가족과 대홍수’ 등 9편의 소설을 시작으로 동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출간됐다. 현재는 5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있다. 이번 한국 전시엔 작가 얀손이 직접 그린 원화 등 총 350여 점이 공개된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맞아 무민의 철학과 스토리를 한국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핀란드와 한국의 친선 관계를 돈독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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