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도서관]좋은 기억이 삶을 살아가는데 미치는 영향…‘뉴욕제과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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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제과점 풍경. 케이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서 있다. 김연수 씨의 집안도 그 즈음 경북 김천에서 뉴욕제과점을 운영했다.  동아일보 DB
1980년대 제과점 풍경. 케이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서 있다. 김연수 씨의 집안도 그 즈음 경북 김천에서 뉴욕제과점을 운영했다. 동아일보 DB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뉴욕제과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김연수 소설 ‘뉴욕제과점’에서
자전소설 ‘뉴욕제과점’에서 “이 세상에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고 쓴 소설가 김연수 씨.  동아일보 DB
자전소설 ‘뉴욕제과점’에서 “이 세상에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고 쓴 소설가 김연수 씨. 동아일보 DB

경북 김천의 역전에 뉴욕제과점이 있었다. 김연수 씨는 그 집 막내였다. 억척스런 어머니가 빵집을 운영해 길러낸 아들들 중 하나였다. 그는 김천에서 고교를 다닐 때까지 천문학자가 되길 꿈꿨지만 첫 입시에 실패하면서 문학도로 길을 변경했다. 한국문학이 ‘뉴욕제과점’을 비롯해 김연수 씨의 빼어난 소설들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뉴욕제과점’에서 김 씨는 다감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을 통해 유년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나 빵집 아들답게 빵에 대한 묘사는 대단히 섬세하다. 생과자, 롤 케이크부터 단팥빵, 크림빵, 우유식빵, 카스텔라에 이르기까지 김 씨가 펼쳐 보이는 빵집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보물로 가득한 궁전을 거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좋은 기억이 삶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방치기나 고무줄놀이, 아폴로와 번데기 같이 어렸을 적 몸으로 겪은 것들의 즐거움은 지금도 선연하다. 추억의 장면들 중엔 지금은 더 이상 찾기 어려운 것들이 적잖지만, 지치고 힘든 시간을 겪을 때 그때의 순수했던 기쁨은 따뜻한 위로가 된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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