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한국의 장인정신 녹아든 구두로 K럭셔리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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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제화 ‘헤리티지’

배우 최민식 씨와 산악인 엄홍길 씨,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이들에게 작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금강제화 ‘헤리티지’의 비스포크(Bespoke·맞춤 제작)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는 점이다.

맞춤 제작까지 가능한 헤리티지는 1999년 금강제화의 남성 정장화 브랜드 ‘리갈’의 한정판 고급 라인으로 첫선을 보였다. 한정판으로 나왔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지금의 별도 브랜드가 됐다. 1954년 설립돼 63년간 국내 제화 시장을 평정해 온 금강제화가 ‘한국 남성들도 해외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고급 수제화를 신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만든 브랜드다. 한국인의 발 모양과 취향에 맞춰 숙련된 장인들이 최고급 가죽 소재로 만든다. 금강제화는 헤리티지를 기성품과 맞춤 구두로 소비자들에게 내놓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취향에 맞는 것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가치 소비’ 성향의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헤리티지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헤리티지의 판매량은 6만7500켤레로 2015년 6만2000켤레에 비해 9% 증가했다.

장인의 손길로 완성


헤리티지가 국내 제화 브랜드 최초로 도입한 굿이어 기술은 정장화 공법 중 최상위 공법으로 꼽힌다. 1879년 미국의 찰스 굿이어가 개발한 공법으로 갑피, 중창, 밑창과 이를 하나로 이어주는 웰트를 손으로 박음질하는 기술이다. 중창에 코르크를 삽입하기 때문에 착화자의 발바닥 굴곡에 맞게 구두 형태가 변형돼 오래 신을수록 편안하고 통풍이 우수해 발이 쾌적하다. 실제 헤리티지 매장에는 헤리티지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분해 제품도 있다.

또 다른 고급 기술은 바로 노르베제 공법이다. 노르웨이에서 등산용 부츠를 제작할 때 구두의 갑피와 바닥을 비즈왁스를 묻힌 가죽 끈 두 가닥으로 교차해 꿰매는 기술이다. 현존하는 구두장인 중에서 이 공법을 완벽하게 해날 수 있는 장인은 100여 명에 불과하며, 기계로는 이를 재현해낼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헤리티지에서는 최고급 라인인 헤리티지 블랙에만 적용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처럼 최고급 수제화를 제작할 때는 장인의 손길이 중요하다. 헤리티지의 제품은 디자인 연구, 스케치, 가죽 선정, 커팅 등 200가지 이상의 모든 공정이 금강제화의 부평 공장에서 진행된다. 1978년 설립된 국내 최초, 최대 규모 제화 공장으로 헤리티지의 제품을 제작하는 1층에는 이탈리아, 영국 등 각지에서 공수한 기계설비 90여 종을 갖추고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장인들은 평균 25년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수작업 공정실도 별도로 있다.



부자재-디자인 취향대로 선택


헤리티지는 크게 시즌마다 출시되는 일반 라인과, 그 상위 라인인 헤리티지 세븐, 최상위 라인인 헤리티지 블랙으로 구분된다.

헤리티지 세븐은 엄선된 7가지 클래식 수제화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고급 수제화에 입문하려는 남성들을 위해 가격을 39만 원대로 낮췄다. 이탈리아산 최고급 가죽과 부자재를 이용하고, 25년 이상 경력의 장인들이 수작업 공정으로 완성하는 100% 국내 굿이어 웰트화다. 헤리티지 세븐의 기성 제품은 남자를 뜻하는 ‘Man’과 똑같이 첫 글자가 M으로 시작하는 세계 유명 도시의 이름을 땄다.

가장 기본형 옥스퍼드화인 ‘맨해튼’, 윙팁 패턴으로 인기가 많은 ‘맨체스터’, 기본 패턴의 더비화 ‘모데나’ 등이 있다. 또 기성 제품 그대로가 아니라 10가지 가죽과 3가지 밑창 중 자재를 선택해 주문할 수도 있다. 구두 안쪽에 이니셜 마크를 새겨 자신만의 표지를 남길 수도 있다.

2010년 9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헤리티지 블랙’은 헤리티지의 최고급 라인이다. 가죽 선택에서 컬러를 입히고 광택을 내는 피니싱 작업까지 160여 개 공정이 장인의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헤리티지 블랙 슈즈는 50만 원부터 150만 원대로 기성 제품은 각각 독특한 기술이 적용돼 그 개성을 뽐낸다.

특히 노르베제 공법이 들어간 제품은 150만 원대로, 여기에 악어의 배 부분 가죽을 사용해 제작한 제품은 300만 원이 추가된다. 다른 고급 부자재를 선택하고 고급 디자인을 선택하면 가격이 599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금강제화는 고급 기성 구두를 위해 전 세계에서 1000여 종이 넘는 자재를 보유하고 있다.

평생 관리 서비스까지

금강제화 부평공장. 금강제화 제공
금강제화 부평공장. 금강제화 제공
수제화 마니아를 위해 선택, 사후관리 등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헤리티지에서는 클래식 슈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2013년 2월부터 국내 최초로 수제화 관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리티지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헤리티지 라운지에서는 우선 비스포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장인이 직접 사이즈를 측정하고, 구두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 30여 가지 디자인과 다양한 가죽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이때 제작한 단풍나무 재질의 라스트(발 모양대로 만든 구두 틀)는 헤리티지 라스트룸에 보관돼 언제든 같은 구두를 다시 주문할 수 있다. 보통 5∼6주가 걸린다. 서비스 비용은 맞춤 구두, 슈트리(구두를 보관할 때 사용하는 나무로 만든 신발 모양의 보형물), 케어용품, 단풍나무 재질의 라스트 보관증까지 포함해 99만 원. 금강제화 관계자는 “실제 총 단가는 150만 원이 넘지만, 좀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맞춤 구두를 신어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단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서비스는 고급 수제화를 오랫동안 신기 위한 슈케어 서비스다. 전체적으로 광을 내는 폴리싱, 밑창 교체 서비스, 가죽창의 마모를 줄여주는 스틸토 보강, 착화 시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미끄럼 방지 서비스를 최고급 용품과 부자재를 사용해 고객을 위해 제공한다.

특히 비스포크 서비스를 이용해 구두를 맞춘 고객은 이 서비스를 평생 이용할 수 있다. 또 해외의 유명 구두 약품 및 용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기프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금강제화 헤리티지#금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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