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보다 다친 마음을 채워주는 식당

  • 동아일보

심야식당2

마스터 역의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심야식당2’에서도 묵묵히 식당을 지키며 존재감을 뽐낸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마스터 역의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심야식당2’에서도 묵묵히 식당을 지키며 존재감을 뽐낸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 메뉴판에 쓰인 음식이라곤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뿐.

겨우 몇 사람이 둘러앉으면 꽉 차는 낡고 허름한 식당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이들이지만, 평범한 음식을 먹으며 함께 위로받는다.

여섯 번째 ‘심야식당’ 시리즈가 나왔다. 일본에서만 240만 부가 판매된 만화를 원작으로 2009년부터 TV드라마 시리즈가 방송됐고, 2015년에는 영화로 개봉했다. 2년 만에 나온 ‘심야식당2’는 역시 소소하지만 개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상복 차림으로 외출하기를 즐기는 여자와 메밀국숫집을 하며 아들과 옥신각신 살아가는 여자, 도쿄에 사는 아들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사기당한 노인까지….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먹는다. 진정성 없는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을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의 불고기 정식으로 채우고, 부모 자식 간의 거리감에서 오는 슬픔을 볶음우동과 메밀국수로 달랜다. 자식마저도 소용없이 느껴지는 노년의 외로움까지 따뜻한 된장국물 한 숟갈이 보듬는다. 이쯤 되면 식당 주인 마스터가 손님들의 주문에 맞춰 내오는 음식은 단지 음식이라기보단 이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약’에 가깝다.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은 허기보다도 마음을 넉넉히 채워간다. 손님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 집 앞에도 이런 식당 하나 있었으면’ 싶어진다.

화려한 블록버스터 대신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영화 속 평범한 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위로가 된다. ★★★.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심야식당2#고바야시 가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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