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박은태·왼쪽)가 프란체스카(옥주현)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소설과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건 모험이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최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담백하고 잔잔한 여운을 선사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단, 그레이 로맨스를 기대하진 마시길. 남녀 모두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박은태(36)와 옥주현(37)은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보다 한층 젊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풀어낸다. 그러니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소설과 영화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길 권한다.
프리랜서 사진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주부인 프란체스카는 나흘을 함께 보내며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함께 떠나진 못한다. 박은태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진가라기보다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 같다. 그래서 그가 사랑을 고백할 때는 진실한 느낌을 준다. 옥주현은 아이 둘을 키우고 농장 일을 하며 일상에 찌들어 가는 주부 같진 않지만 꿈을 잃고 공허해하는 프란체스카의 내면을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두 배우가 함께 부르는 ‘비포 앤드 애프터 유(Before and After You)’, ‘원 세컨드 앤드 어 밀리언 마일스(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슬프고도 매혹적인 주요 넘버는 귓가에 오래도록 맴돈다. 뮤지컬에서 음악의 힘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드넓은 미국 대륙과 프란체스카의 고향인 이탈리아 나폴리는 영상을 통해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프란체스카 남편 버드 역의 박선우, 이웃 친구 마지 역의 김나윤 등도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만든다. 6월 1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5만∼14만 원. 1588-5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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