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젊은 감성 손승연은 ‘21세기 휘트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7일 05시 45분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열창하고 있는 손승연. 레이첼 마론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손승연은 젊은 감성표현과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사진제공 ㅣ CJ E&M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열창하고 있는 손승연. 레이첼 마론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손승연은 젊은 감성표현과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사진제공 ㅣ CJ E&M
■ 뮤지컬 ‘보디가드’, 그녀만의 매력

몇번이나 온몸 소름 돋게 하는 보이스
나이 때문인가…아델에 가까운 느낌
싱싱한 휘트니,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

그렇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보디가드를 보는 재미는 역시 음악이다. 분명히 ‘보는 재미’라고 했다. 그러니까, 음악이 보인다는 얘기다.

보디가드의 음악이 보이는 이유는 역시 휘트니 휴스턴 덕분이다. 그리고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세기적인 ‘케미’를 보여 주었던 동명의 영화. 눈에 밟고 밟히는 장면들.

휘트니 휴스턴 역을 맡은(극중 이름은 레이첼 마론) 여주인공 한 명이 끌고 가는 극이다 보니 어지간한 노래귀신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뮤지컬배우 정선아, 가수 이은진(양파)과 손승연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세 사람 모두 제각기 특색이 있다. ‘다름’이 있을 뿐, ‘우열’은 없다.

양파의 레이첼은 감성이 짙다. 기교는 보태고 뺄 게 없다. 셋 중 노래 하나만 놓고 보면 베스트라는 평도 있다. 정선아는 적어도 뮤지컬 무대 위에서만큼은 최고의 디바이다. 비주얼, 노래, 연기에 안무까지 완벽한 배우가 정선아. 무결점이 정선아의 유일한 ‘결점’이다. 그렇다면 손승연은?

● ‘21세기 휘트니’를 보여 준 손승연의 젊은 감성

먼저 짧은 공연 감상.

보디가드는 의외로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특히 1막이 그랬다. 레이첼의 콘서트 장면이 그나마 눈길을 끄는 정도. 무대도 단출한 편이었다. 콘서트 장면에서 불길이 치솟은 효과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긴장할 수 있었으니까.

프랭크 파머 역의 이종혁이 잘 했다. 영화 속 케빈 코스트너 역이다. 꼿꼿 보디가드라고나 할까.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남자의 미묘한 매력을 잘 살렸다. 어딘지 통렬하다고 할지. 미소가 지어지는 프랭크이다.

손승연이 출연한 보디가드를 보았다. 손승연을 통해 ‘휘트니’를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잠시만 답변을 보류하도록 하겠다.

손승연은 알려져 있듯 2012년 Mnet ‘보이스 코리아’의 초대 우승자이다. 그야말로 목소리 하나 갖고 세상의 빛 가운데로 걸어 나온 사람이다. 손승연이 부르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는 귀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좋았다. 몇 번이나 등이 소름으로 시려웠다. 휘트니 휴스턴보다는 아델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비슷한 듯 다른 질감이다. 손승연의 나이, 세대의 차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휘트니 휴스턴의 전설도, 그녀의 노래들도 나이를 먹는다. 좋은 의미에서이다.

손승연의 레이첼은 언니 니키 마론(최현선 분)과의 조화가 더 없이 자연스러웠다. 진짜 자매처럼 뜨겁고 진솔한 감정이 오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승연의 풋풋한(때로는 거친) 연기를 최현선이 노련하게 받쳤다. 두 사람은 심지어 노래 스타일과 톤까지 닮았다. 재능을 가졌으나 동생의 그림자로 살아가야 하는 언니의 아픔이 더 없이 절절했다.

손승연의 안무는 솔직히 홍보문구만큼 섹시하거나 돋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영화 속의 휘트니도 내 눈에는 그리 섹시하게 느껴진 것만은 아니었으니까.

손승연이 보여 준 싱싱한 21세기 휘트니에 만족한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딱 보여줘야 할 만큼 무대 위에 드러낸 손승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지간히 노련한 선배 배우들도 난제로 여기는 부분이다.

보디가드의 레이첼 마론만 놓고 본다면 손승연은 분명 좋은 뮤지컬 배우가 될 것 같다. 아니, 이미 되어 가고 있다.

이왕이면 다음 작품에서는 레이첼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보여 주었으면 싶다. 신나게 웃겨 주어도 좋고,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극장을 적셔 주어도 좋겠다. 그래서 손승연에게 묻고 싶다. 기다려도 되는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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