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톤인 줄 알았는데 쿨톤… 얼굴색 맞춰 ‘나만의 화장품’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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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2人의 맞춤형 매장 체험기] 전문가-IT기기 진단따라 ‘色 처방’
피부색에 어울리는 립스틱 추천… 10~15분이면 ‘나만의 제품’ 뚝딱

《 최근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맞춤형 화장품’이 떠오르고 있다. 각 개인이 원하는 색상, 성분, 향 등을 혼합해 만든 제품이다. 개인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했다. 맞춤형 화장품은 화장품과 첨단기술 융합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피부 타입이나 색을 즉석에서 진단할 수 있는 기기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화장품 기업이 맞춤형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유전자 분석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맞춤형 파운데이션이나 에센스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 화장품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맞춤형 화장품이 등장하고 있다. 기자 2명이 대표적인 맞춤형 화장품 매장 두 곳을 직접 체험해봤다. 》

● 립스틱-수분크림 제조 라네즈

서울 명동의 라네즈 플래그십스토어 3층에 있는 ‘마이 투톤 립바’에서는 전담 직원의 추천을 받아 총 182가지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해 개인 취향에 맞춘 나만의 립스틱을 만들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서울 명동의 라네즈 플래그십스토어 3층에 있는 ‘마이 투톤 립바’에서는 전담 직원의 추천을 받아 총 182가지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해 개인 취향에 맞춘 나만의 립스틱을 만들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요즘 온라인 뷰티 커뮤니티 유행 중 하나가 바로 ‘퍼스널 컬러 진단’이다. 각각의 피부색에 어울리는 색깔을 전문가에게 진단받고 그에 맞춰 화장을 하거나 옷을 입는 것이다. 피부에 푸른빛이 도는 ‘쿨톤’, 노란빛이 도는 ‘웜톤’으로 나눈 뒤 여기서 다시 어울리는 색상의 명도와 채도에 따라 사계절로 구분하면 4가지에서 8가지의 색상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지난해 8월부터 피부색을 진단받은 뒤 어울리는 색으로 자기만의 립스틱을 만들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매장 ‘라네즈 마이 투톤 립바’를 운영하고 있다.

13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명동8길 라네즈 플래그십스토어. 상담을 위해 자리에 앉자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태블릿 기기를 꺼내들었다.
화장을 지워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아티스트가 “립스틱은 화장한 뒤에 바르기 때문에 평소 습관대로 화장했다면 그대로도 괜찮다”고 답했다. 태블릿 화면 안쪽에 얼굴이 뜨도록 카메라에 대고 한 바퀴 고개를 돌리면 곧바로 진단 결과가 나온다.

결과는 ‘쿨톤 프레시’. ‘여름 쿨톤’으로도 불린다. 흰색이 섞인 하늘색 같은 연한 파스텔 색상, 회색이나 은색 등 차가운 색상이 어울리는 피부다. 늘 웜톤에 맞춰 화장을 해왔던 기자의 평소 습관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그동안 사들인 립스틱과 섀도를 떠올리며 당황하는 사이 아티스트가 어울리는 색상 조합을 추천했다.

라네즈의 ‘투톤 립바’는 두 가지 색을 조합해 입술 안쪽부터 색이 번지듯 바를 수 있도록 한 립스틱이다. ‘마이 투톤 립바’에서는 14가지 입술 안쪽 색상과 13가지 바깥쪽 색상을 조합한 총 182가지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지 않은 나만의 색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자는 푸른빛이 도는 빨강에 투명한 오렌지색을 조합한 립스틱을 추천받았다. 평생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색이었다.

“굳이 추천 색상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크림 형태로 만들어 놓은 다양한 립스틱을 이리저리 발라봤다. 원하는 색을 말하면 어울리는 색을 아티스트가 추천해주기도 한다. 대여섯 가지 조합을 발라봤지만 결국 첫 번째 추천받은 조합으로 결정했다.
라네즈의 맞춤형 수분크림 ‘마이 워터뱅크 크림’. 아모레퍼시픽 제공
라네즈의 맞춤형 수분크림 ‘마이 워터뱅크 크림’. 아모레퍼시픽 제공


제품은 매장에 함께 있는 제조실에서 10∼15분 걸려 완성돼 나온다. 케이스에는 원하는 문구를 적어 넣을 수도 있다. 불투명한 유리벽으로 막혀 있어 “안을 둘러볼 수 있느냐”고 묻자 “위생상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바로 옆에는 수분크림을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제조할 수 있는 맞춤형 수분크림 매장도 함께 있다. 스캐너 장비를 갖추고 있어 피부의 유수분 균형을 측정해 9가지 크림 중 하나를 추천해준다.

맞춤형으로 즉석 제조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5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5000원에 간단하게나마 퍼스널 컬러 진단이나 피부 타입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서비스는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몰리면서 시작된 지 첫 두 달 정도는 예약이 꽉 찼었다. 지금도 예약률은 80%에 이른다.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라고 말했다.


● 즉석 세럼 제조 르메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네이처컬렉션 이대점에 있는 ‘르메디 바이 씨앤피’에서는 정밀 피부 진단 이후 맞춤형 세럼을 제조할 수 있다. 직원이 수분측정기로 고객의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네이처컬렉션 이대점에 있는 ‘르메디 바이 씨앤피’에서는 정밀 피부 진단 이후 맞춤형 세럼을 제조할 수 있다. 직원이 수분측정기로 고객의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제 고민은 모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탄력이 부족하다고 나왔네요.”

남자이다 보니 학창시절 여드름으로 고민이 있을 때 빼고는 진지하게 피부 상태를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모공이 더 넓어지면 안 될 텐데”라고 생각한 게 전부. 그러나 직접 피부 진단을 받아본 결과 모공, 트러블, 색소침착, 주름은 정상 범위였지만 탄력이 부족하단다. 모르고 있던 나의 피부 상태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됐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네이처컬렉션 이대점에 있는 ‘르메디 바이 씨앤피(ReMede by CNP)’ 매장에서 맞춤형 화장품 제조를 직접 경험해봤다. 르메디 바이 씨앤피는 LG생활건강의 CNP차앤박 화장품이 지난달 론칭한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이곳에선 어떤 화장품이 나에게 맞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약 40분 동안 피부를 정밀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즉석에서 나만의 세럼을 만들어준다. 르메디 바이 씨앤피 매장에 오는 고객 10명 중 9명은 여성이다. 하지만 직원에게 물어보니 피부에 관심이 많은 남성의 방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매장 안을 방문하면 정확한 측정을 위해 먼저 세안을 해야 한다. 그리고 피부 전문가 직원과 일대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으면 “술자리는 주 몇 회인지” “자외선차단제(선크림)는 얼마나 자주 바르는지”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얼마인지” 등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답을 하면 된다.

피부에 맞춰 앰풀을 배합한 세럼은 갈색 병에 담긴다. LG생활건강 제공
피부에 맞춰 앰풀을 배합한 세럼은 갈색 병에 담긴다. LG생활건강 제공

측정 과정은 오히려 간단하다. 안면 측정기에 얼굴을 고정한 후 사진을 찍는 방식이기 때문. 일반광, 편광, 자외선광 등 3종의 광원을 활용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피부 상태를 촬영하고 분석한다. 기다랗게 생긴 수분측정기를 갖다 대 피부 각질층의 수분 함유량도 측정한다.

진단 결과가 나왔다. 원래 알던 대로 피부 타입은 지복합성. 부족한 부분은 탄력이었다. 직원은 “오른쪽보다 왼쪽 얼굴의 처짐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오른손잡이다 보니 화장품을 바를 때 왼쪽보단 오른쪽 얼굴을 더 세심하게 발랐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코 주위엔 색소침착 가능성이 높아 선크림을 꼭 바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피부색이 살짝 핑크빛이 도는 매우 흰색이란 것도 알게 됐다.

진단이 끝나면 바로 맞춤 처방에 들어간다. 지성 피부 타입의 세럼 45mL에 탄력과 모공케어 앰풀 2.5mL씩을 넣기로 했다. 직원은 “화장품 겉에 붙일 나만의 문구를 정해 달라”고 말했다. 부족한 탄력을 채우기 위한 화장품임을 생각해 ‘탄력회복!!’이란 문구를 새겨 넣었다. 무균실에서 위생적인 배합을 마치고 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세럼이 탄생한다.

미리 만들어진 시제품을 발라 보니 매끄럽게 피부에 잘 스며들었다. 직원은 방금 만들어진 화장품의 사용기한이 오늘로부터 1년 후까지라고 안내했다. 쇼핑백엔 개인의 피부 진단 결과가 적힌 종이도 함께 넣어준다. 가격은 50mL 세럼이 9만 원이다.

이곳은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전화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필수.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용 고객의 약 80%가 제품을 구매할 만큼 구매연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세럼 라인만을 제조할 수 있지만 차츰 라인도 늘려갈 계획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라네즈#화장품#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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