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교수 “공부는 육체노동… 멈추면 늙어 생각 깨는 망치질 평생 지속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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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망치다’ 펴낸 유영만 교수

생애 77번째 책인 ‘공부는 망치다’를 최근 펴낸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뒤로 보이는 연구실 책장에 그가 쓴 책들이 놓여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생애 77번째 책인 ‘공부는 망치다’를 최근 펴낸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뒤로 보이는 연구실 책장에 그가 쓴 책들이 놓여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시험 끝났다고 공부 끝난 거 아니에요. 공부는 습관으로 굳어진 생각의 고치를 깨부수는 망치질이죠. 낯선 마주침으로 색다른 깨우침을 얻기 위한 거죠. 나다움을 찾으려면 이 망치질, 평생 계속해야 합니다.”

 ‘지식생태학자’로 통하는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53)는 거침없이 ‘공부론’을 폈다. 공고 출신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그. 하지만 무엇이 되기 위한 공부나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공부에 한계를 느꼈다. 고시를 접고 ‘스스로를 위한 진짜 공부’에 빠져들어 결국 교수가 됐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는 망치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그의 생애 77번째 책(번역서 포함). 고(故) 신영복 선생이 “공부는 틀에 갇힌 생각을 깨부수는 것”이라고 말한 데에서 책 제목을 착안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유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과거의 공부 경험부터 꺼냈다. 수도전기공고를 다니던 시절 그는 공부보다는 용접에 매달렸다. 경기 평택시의 화력발전소에 취직해 3교대로 일했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을 지우진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사시 합격 수기집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바로 이거다 싶었죠. 당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인생 한 방’요. 인간관계를 끊고 책을 달달 외우다시피 해서 처절하게 공부했어요. 하지만 방송통신고 교재와 라디오 방송으로 공부했지만 공고에서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기에 힘들었습니다.”

 대학에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 학력고사를 쳤다. 하지만 법대 가기엔 부족한 점수. 사시 대신 교육 행정고시를 보기 위해 교육공학과에 들어가 다시 고시를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온한 꿈을 꾼 거죠. 뭔가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했는데, 이런 생각의 틀로는 무언가가 되면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야 하고….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삶을 살게 되잖아요. 한마디로 피곤한 삶이죠.”

 그는 달밤에 수험서를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놀이로서의 공부를 시작했다. 읽고 싶은 책을 무작정 읽으면서 재미에 빠져들었다. 도서관에서 전공과 관계없는 잡지들을 섭렵했다. 또 전공인 교육학 이외에도 사회학, 인문학, 공학 등의 책을 접하면서 시야를 넓혔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미국에 유학을 가고 박사가 됐다.

 “‘나다움’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공부였죠. 논어에는 ‘옛날의 학자들은 자기 내면을 채우려 공부했는데 요즘 학자들은 남이 알아주는 공부만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도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요. 성취를 위한 공부는 영혼 없는 인재(人才)를 낳는 인재(人災)일 수밖에요.”

 유 교수는 “단편적인 지식을 익히는 것을 넘어선 진짜 공부는 현장에서 몸으로 익히는 육체노동에 가깝다”라고 강조했다. 그도 공부를 마친 뒤엔 기업 연구소에 취직해 교육공학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체험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인간의 공감 능력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잖아요. 타인의 입장이 되어서 무언가 체험해 익히는 거죠.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죠.”

 정신적 여유가 없는 사람 등 어떤 사람들에게는 공부가 사치가 아닐지 물었다.

 “대개 일이 끝난 뒤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겠다고 하지만, 일하며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는 거죠. 시험공부 말고 인생 공부요. 매일 아침 ‘어떤 질문’을 갖고 출근하고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질문에 해답의 실마리를 얻으면서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면 그게 바로 공부죠. 세상은 여전히 공부할 게 가득하답니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늙어요.”

김유영기자 abc@donga.com
#공부는 망치다#유영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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