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사이키델릭에 전율이… “핑크 플로이드 보물상자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음악·영상 모음집 ‘The Early…’

11일 나온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박스세트 ‘The Early Years 1965-1972’에는 이들이 프랭크 자파와 ‘Interstellar Overdrive’를 함께 연주하거나 롤랑 프티 발레단과 협연하는 초기 희귀 영상과 음악이 가득하다. 왼쪽부터 로저 워터스, 시드 베럿, 리처드 라이트, 닉 메이슨.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11일 나온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박스세트 ‘The Early Years 1965-1972’에는 이들이 프랭크 자파와 ‘Interstellar Overdrive’를 함께 연주하거나 롤랑 프티 발레단과 협연하는 초기 희귀 영상과 음악이 가득하다. 왼쪽부터 로저 워터스, 시드 베럿, 리처드 라이트, 닉 메이슨.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비틀스보다 핑크 플로이드가 더 위대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1965년 영국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플로이드는 대중음악사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Dark Side of the Moon’ ‘The Wall’ ‘Wish You Were Here’ 같은 명반을 내려놓고 떠났다. 장대한 서사와 실험적인 악곡을 결합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사절단.

 플로이드의 초기 미공개 음악·영상 모음집 ‘The Early Years 1965-1972’가 11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27장의 디스크(CD 10장, DVD 9장, 블루레이 8장)로 이뤄진 이 세트를 발매 전 미리 듣고 보았다.

 거대한 향유고래의 초기 항해를 근접해 돌아볼 보물 상자가 열렸다. 이미 발표된 스튜디오 앨범들을 음질 보정해 사진집과 새 해설을 곁들인 ‘Oh, by the Way’(2007년)나 ‘Discovery’(2011년) 같은 전집류와 차원이 다르다. 드디어 나타난 진짜다.

 이번 세트에는 결성 당시인 1965년부터 7집 ‘Obscured by Clouds’ 시절까지의 음원과 영상 중 희귀하거나 아예 처음 발표되는 것들이 발굴, 복원돼 담겼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 달 착륙 당시 BBC TV 생중계만을 위해 플로이드가 의뢰받아 작곡해 연주한 배경음악 ‘Moonhead’를 비롯해, 그 존재만 알려졌거나 실황 녹음만 있는 곡의 스튜디오 시험 버전, 기존 곡의 미공개 라이브 버전 등 역사적 가치가 큰 것들이 대다수다.

 세트는 정제된 연주와 서사의 ‘Dark Side of the Moon’(1973년)이 발표되기 전까지, 혼돈과 몽환의 사이키델릭 시대를 풍성하게 정리한다. 큰 박스 포장을 열면 소설책 크기의 패키지 7개가 나타난다. 밴드 역사 1∼2년 단위로 정리된 패키지마다 3∼4개의 디스크, 멤버들의 미공개 화보, 당시 콘서트 포스터 축약 인쇄본, 해설지가 들어 있다. 초창기 싱글 레코드 5장, 기념엽서도 동봉됐다. 디스크들에 담긴 내용은 포장의 위용을 압도한다.

‘사이키델릭은 선율이 아닌 체험의 음악’이라는 말처럼 플로이드의 초기 음악세계는 돌발성과 즉흥성으로 충만했다. 20대였던 멤버들은 지포 라이터로 기타를 연주하거나 신시사이저의 극단적 음향 효과를 이용해 심상을 분출했다. 따라서 10분을 넘는 초기 대곡 ‘Interstellar Overdrive’ ‘Careful with That Axe, Eugene’ ‘A Saucerful of Secrets’ ‘Atom Heart Mother’ ‘Echoes’의 다양한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 버전만으로도 이 세트의 가치는 불꽃을 튀긴다.

 196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이브 실황, 영화음악 ‘More’ ‘Zabriskie Point’에서 영화엔 등장했으나 음반에 실리지 않은 트랙들, ‘Echoes’의 웸블리 아레나와 BBC 라디오 실황은 특히 빛난다.

 하지만 점입가경. 진가는 영상에 있다. 1967년 영국 첼시의 스튜디오와 런던 ‘UFO 클럽’ 실황부터 반세기 전이라고는 믿기 힘든 화질, 멤버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 모습이 압도적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의 TV나 페스티벌 출연 영상이 주는 울림도 묵직하다. 음악으로만 듣던 ‘More’ ‘Zabriskie Point’ ‘La Vall´ee’의 영화 전편도 수록됐다. 사료적 가치와 미학적 가치 모두 높다.

 DVD와 블루레이의 내용이 정확히 겹치지만 함께 담겨 디스크 수가 늘어난 점, 80만 원대(정가 기준)에 이르는 높은 가격은 옥에 티다. 국내에 소량만 수입됐다. ♥♥♥♥♥(9.8점/10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핑크 플로이드#the early years 1965-1972#사이키델릭#희귀음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