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발견한 서울 곳곳의 감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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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원 첫 산문집 ‘산책 안에 담은 것들’

  ‘산책은 심장의 박동을 벗어나는 이상한 힘을 갖고 있다. 기능을 탈각한 시간과 공간을 만나게 하는 신비로운 자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산책은 한가로운 시간인 동시에 뜨겁고 깊은 시간이다.’

 시인 이원 씨(48)가 산문집 ‘산책 안에 담은 것들’(세종서적·사진)을 펴냈다. 그는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등의 시집을 통해 디지털적 감수성을 전해온 시인이다. ‘산책 안에…’는 그가 시를 써온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이원 시인은 책에서 “산책은 느리게도 빠르게도 걷게 하며, 보이지 않던 것을 골똘히 들여다보게도 만들며, 느닷없는 곳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동안 머무르게도 만든다”고 고백한다. 그런 그가 목적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만나는 것은 ‘기억’이다. 책에서는 시인이 명동을 걸으면서 명동 끝자락에 있던 서울예대 문창과 시절의 추억,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책을 뒤적이면서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을 품었던 기억들이 풀려 나온다.

 시인이 서울 곳곳에서 발견한 감성들은 흥미롭다. 홍대에선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은 ‘B급’ 거리를 걸으면서 ‘해방!의 기운을 느낀다’. 한강변을 걸으면서는 쓸데없는 자존심도, 초라하다는 자의식도 걷히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몸을 둔 동네에서 자기만의 동선을 만들어 가는 즐거움도 넌지시 알려준다.

 시인의 산문집답게 문장 하나하나가 시적이다. 책 한 장 한 장이 한 편의 시다. 시인은 “누군가 산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걷기라는 싱거운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살아내기라고 답할 수밖에 없기에, “산책과 삶은 닮은 꼴”이라고 시인은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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