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고 했다.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을 감지할 수 있을까?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계획의 창시자인 프랭크 드레이크는 1961년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안했다. 항성의 형성 속도, 행성이 있는 항성의 비율, 지적 생명체가 나타나는 행성의 비율 등 변수를 곱하면 은하계에서 우리가 탐지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값이 밝혀진 변수도 있지만 ‘발전된 기술문명의 수명’ 등 애매한 변수가 많아 정답은 없다.
미국 뉴욕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드레이크를 비롯한 과학자들을 인터뷰해 외계 지적 생명체와 태양계 밖 행성을 찾으려는 노력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았다.
사실 SETI 계획은 자금 부족으로 힘을 잃었다. 1993년 이후 정부 지원이 끊겼고, 민간 자금으로 샌프란시스코 북쪽 사막의 계곡에 접시 안테나를 설치하는 앨런 망원경 군(ATA) 건설을 일부 마무리했지만 역시 자금 부족으로 가동이 거의 중단됐다.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고, 앞으로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탓이다.
그 대신 ‘태양계 외행성 탐사’가 활발하다.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하는 대신 생명과 문명이 생길 수 있는 태양계 밖의 적당한 행성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항성은 주위를 도는 행성이 있으면 마치 체구가 다른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도는 것처럼 그 자신도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가 관측하는 빛의 파장도 미세하게 요동친다. 요동의 주기로 행성의 공전주기를 알 수 있고 요동의 강도로 행성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시선속도 분광학’이라는 이 기법으로 지구처럼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궤도에 있는 행성을 포함해 수백 개의 행성을 발견했다.
어쨌거나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수억 년 뒤 태양이 지금보다 10% 밝아지면 지구는 다세포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달궈진다. 바짝 마른 지표면 아래서 미생물이 수십억 년을 더 버텨낼 수도 있지만 50억 년 뒤에는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변해 지구를 삼켜버릴 것이다.
지구의 수명을 늘리고,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을 높이려는 천문학자들의 상상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거대한 규모다. 캘리포니아대 샌타크루즈캠퍼스의 그레그 래플린 교수는 카이퍼대(해왕성 궤도 바깥의, 소천체가 원반 모양으로 분포하는 곳)에 있는 대형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 옆을 스쳐 지나가도록 만들어 차를 견인하듯 지구의 궤도를 수억 년에 걸쳐 화성 정도로 넓히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드레이크는 태양의 중력 렌즈 효과를 활용해 태양에서 1500억km 떨어진 곳에서 우주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어내자고 말한다. 과학자의 말이 아니라면 가벼운 농담으로 들릴 정도다.
지구의 생명체는 50억 년 뒤 고독 속에 종말을 맞을까, 아니면 그동안 낯선 이들과 조우하거나 외계로 나갈까. 우주의 광막함을 상상하면 무엇인가 그리워진다. 수만 광년 떨어진 행성의 거주자가 수만 년 전 외계인을 그리워하면서 쏘아 보낸 신호가 지금 우리 곁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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