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한국판 완간 베르베르 내한 “한국은 특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17시 14분


베르나르 베르베르(55)가 ‘제3인류’의 한국어판 완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1994년 처음 한국을 찾은 후 일곱 번째,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1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르베르는 간담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취재진을 촬영했다.

“한국은 제게 특별한 나라에요. 제 첫 작품부터 사랑해주고 저를 이해해준 나라니까요.”

베르베르는 자국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는 작가다. 교보문고가 지난 10년간 국내외 소설 누적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개미’ ‘나무’ ‘타나타 노트’ 같은 히트작을 낸 베르베르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그의 책은 1000만 부가 팔렸다.

“한국은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나라죠. 제 글이 진화나 미래를 소재로 삼다보니 미래지향적인 한국인들이 가장 잘 이해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출판사를 만난 것도 있고요.”

그는 작품에 한국에 대한 애정을 담아왔다. ‘제3인류’에는 현대자동차가 등장하고 한국은 ‘로봇 공학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나온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5,6 권에서는 한국인 고고학자 히파티아 김(한국이름 김은선)이 여주인공으로 새로 등장한다. 그는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면서 “한국인 여성 주인공을 통해 남녀의 만남, 동서양의 만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에 한국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한국 건국 신화에 대해 알 수 있었죠.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한국 역사나 신화를 알려주면 재밌을 것 같아서 책에도 단군신화에 대한 내용을 담았어요. 한국 역사 중에서는 특히 1900년 이후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아요. 주변 강국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무수히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지금의 발전을 이룬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소설에서 인공 지능(AI)을 자주 소재로 삼았던 그는 최근 한국에서 진행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 대해서는 “10년 이내에 인간만큼 똑똑한 안드로이드가 개발 될 것”이라며 “AI는 그 자체로 나쁘거나 좋은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사용할지 인간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지능보다 인간이 더 흥미로운 것은 자아죠. ‘제3인류’에도 자아를 인식하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나와요. 자아 때문에 근심 걱정에 사로잡힌 로봇이죠. 너무 공상과학 같은 얘기지만 미래 언젠가는 이런 로봇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 때 로봇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문제를 항상 생각해야 해요. 이건 우리시대가 고민할 문제라고 봅니다.”

20일 출국하기 전까지 베르베르는 7박 8일간 강연을 비롯한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15일에는 야구 시구도 한다. 그는 방한 중에도 “틈틈이 새로운 작품을 쓰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수면과 꿈을 다룬 소설 ‘6번째 수면’을 프랑스에서 출간한 후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소설을 10월 프랑스 출간을 목표로 집필 중”이라고 했다.

“열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글을 써요. 지금도 아침 8시부터 낮 12시 반까지 쓰는데, 소설 쓰기는 운동과 비슷해서 매일 서야 발전할 수 있죠. 어떤 작가들은 글쓰기가 괴롭다고 하지만 나에겐 정말 즐거움뿐이에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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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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