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남체바자르 마을에서 열린 종합병원 기공식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과 마을 주민 등이 첫 삽을 뜨고 있다. 남체바자르=윤수민 채널A 기자 soom@donga.com
지난달 25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네팔 쿰부 히말라야의 해발 3440m에 위치한 남체바자르 마을. 산악인 엄홍길 대장(56)이 땅에 이마를 맞댔다. 히말라야 신에 대한 감사와 먼저 떠나보낸 셰르파들에 대한 예우의 뜻이다.
엄 대장은 이 마을에 처음 문을 열게 될 종합병원 기공식 참석차 네팔을 찾았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등정에 성공한 엄 대장은 2008년 ‘엄홍길 휴먼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네팔 곳곳에 학교 16개를 짓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남체바자르에 병원을 짓는 것이다.
남체바자르는 에베레스트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매년 수만 명의 전 세계 산악인과 관광객이 이곳을 거쳐 간다. 산악인과 관광객의 등반을 도와 생계를 이어가는 셰르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제대로 된 병원을 구경한 적이 없다. 마을 초입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정부가 지은 병원이 있지만 의사는 오래전에 떠났고 시설도 낡아 방치된 지 오래다. 주민뿐 아니라 고산병에 걸린 외국인 등반객들도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남체바자르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엄 대장은 이곳에 병원이 없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종합병원은 연면적 132m²의 2층 건물이다.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병원이 된다. 이날 기공식에 온 푸라 셰르파 양(12·여)의 귀와 목에는 피부병으로 붉은 상처가 가득했다. 셰르파 양은 “그동안 피부병으로 고생했지만 치료받을 곳이 없었는데 이제 마을을 떠나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며 웃었다.
엄 대장은 16좌 달성 과정에서 고비의 순간마다 ‘목표를 이루게 허락해 준다면 히말라야 고봉들이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의 은혜를 갚겠다’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남은 삶을 히말라야 고봉에 사는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셰르파들의 마을인 남체바자르에 병원을 짓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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