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69회 칸 ‘어벤저스급 라인업’에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3시 00분


韓영화 ‘아가씨’ 4년만에 경쟁부문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진출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김민희·오른쪽)와 그 재산을 빼앗으려는 백작(하정우)의 사기극을 다뤘다. 퍼스트룩 제공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진출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김민희·오른쪽)와 그 재산을 빼앗으려는 백작(하정우)의 사기극을 다뤘다. 퍼스트룩 제공
한국 영화가 다시 한번 3대 국제영화제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을까.

11∼22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 후보가 됐다.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이다.

○ ‘스토커’ 이후 3년 만에 대작 내놔

박 감독이 2013년 ‘스토커’ 이후 3년 만에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을 들여 내놓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하녀(김태리)의 속고 속이는 사기극이다. 2004년 ‘올드보이’로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 감독이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찍었다”고 말하는 만큼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가씨’ 외에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비경쟁 부문에,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비경쟁 부문 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다. 나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에 이어 ‘곡성’까지 연출작 세 편이 모두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곡성’은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나타난 뒤 마을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연쇄 살인사건과, 그 범인을 쫓는 경찰 종구(곽도원)의 이야기다. ‘부산행’은 연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 연 감독은 제65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초청된 바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수상작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장 조지 밀러 감독의 스타일이 박 감독과 맞을지가 관건”이라며 “수상과 관계없이 최근 3, 4년 동안 유럽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영화가 주요 부문에 진출했다는 데 의의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칸 영화제는 ‘어벤저스’급 라인업

칸영화제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곡성’(비경쟁부문·위 사진)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참가하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호호호비치·퍼스트룩 제공
칸영화제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곡성’(비경쟁부문·위 사진)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참가하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호호호비치·퍼스트룩 제공
‘아가씨’와 경쟁하는 경쟁 부문 초청작의 면면도 ‘사상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다. 경쟁 부문 초청작 21편 중 다르덴 형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짐 자무시, 올리비에 아사야스, 켄 로치 감독 등 칸 영화제의 사랑을 받아온 거장들이 대거 포진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경력이 있는 감독만 4명에 달한다.

이 중 자무시 감독은 ‘패터슨’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가운데 로커 이기 팝을 주인공으로 한 음악 영화 ‘김미 데인저’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돼 두 작품이 한꺼번에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2014년 ‘지미스 홀’로 칸 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은퇴설이 돌았던 노장 로치 감독의 신작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나치게 보수적,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여성 감독의 작품 3편이 올라 예년보다 많다. 영국 출신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이 연출한 ‘아메리칸 허니’는 여행 잡지 판매원으로 일하는 10대 소녀를 중심으로 한 로드무비다. 프랑스의 배우 출신 니콜 가르시아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한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으로, 독일의 마렌 아데 감독은 성인이 된 딸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 ‘토니 에르드만’으로 초청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가씨#박찬욱#칸 영화제#부산행#곡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