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사라진 무한도전, ‘무한 복제’ 안주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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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토토가2-젝스키스’]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2006년 5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1년 된 ‘무한도전’은 요즘 유난히 추억에 집중하고 있다. ‘젝스키스’의 토토가를 계기로 최근에는 이들의 라이벌 그룹이던 ‘H.O.T.’의 출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MBC 제공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2006년 5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1년 된 ‘무한도전’은 요즘 유난히 추억에 집중하고 있다. ‘젝스키스’의 토토가를 계기로 최근에는 이들의 라이벌 그룹이던 ‘H.O.T.’의 출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MBC 제공
회식 뒤풀이를 하는 노래방에서 흘러간 유행가를 ‘떼창’ 하다 보면 간혹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있다. 과거 그 노래를 좋아했거나 회식 멤버 구성이 탁월했던 것은 아니다. 알코올과 옛 노래의 시너지 덕분이다. 그다지 친하지 않아도 공통의 감성을 끌어낼 만큼 흘러간 유행가는 힘이 세다.

최근 방영한 MBC 무한도전(무도) ‘토토가2―젝스키스’ 편을 보면서 흘러간 유행가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16년 전 해체한 인기 아이돌 그룹이 관광버스 뒷자리에 앉아 부르는 전성기 시절 노래는, ‘그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처럼 그들도, 그들처럼 우리도 나이가 들었다.

그 공감대 덕분에 시청률이 올랐다. 젝스키스가 출연한 16일과 23일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14∼15%대를 기록했다. 젝스키스 컴백 콘서트를 방영할 30일 시청률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무한도전 최고 시청률은 2월 13일 ‘못친소 페스티벌2’의 15.7%였다(TNMS 전국 시청률).

문제는 최근 무도에서 화제가 된 기획이 옛 유행가 메들리 같다는 점이다. 토토가2의 시작은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방영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1990년대 가수를 출연시킨 이 방송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지난해 무도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사실 토토가가 다룬 1990년대 문화 역시 2010년 이후 영화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숱하게 반복 소비된 것들이다.

한때 B급 문화를 유행시키며 새 트렌드를 이끌었던 무도에서 최근 시청률로 ‘선방’했거나 언론의 관심을 받은 프로는 대부분 전편의 반복 혹은 확장판이다. ‘못친소 페스티벌2’는 2012년 방영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후속이고, 조만간 방영을 앞두고 있는 ‘무한상사’는 2011년부터 수차례 반복하는 시리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로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무도 가요제는 5회를 넘겼다. 무한 ‘도전’이라기보단, 무한 ‘반복’ 혹은 ‘복제’에 가깝다.

새로운 것은 사라졌지만 갈수록 규모는 커지고 화려해진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대형 전시 엑스포를 하고 음원차트를 뒤흔들 만큼의 힘도 있다. 2005년 무도 전신인 ‘무모한 도전’에서 전철과 100m 달리기를 하거나 목욕탕 배수구와 물 퍼내기 대결을 펼치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 찌질남’들은 이제 예능뿐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 판을 흔드는 ‘거물급 아재’가 됐다.

10년 넘게 연출자와 주요 출연자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예능 프로에 과거처럼 ‘신선한 삽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른다. 실제 무도의 김태호 PD는 지난해 말 한 강연에서 “2009년까지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웬만한 건 다 했다. TV 밖에서의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TV 플랫폼을 벗어난 시즌제에 대한 바람을 비쳤다. 그러나 MBC 측은 이에 대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흘러간 유행가를 반복하는 ‘아재’들은 여전히 토요 예능 1위를 달리고 있다. 어찌 보면 나이가 들고 도전이 버거운 것은 무도 멤버뿐 아니라 TV 앞에 앉은 무도 팬 역시나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과거 무도가 보여줬던 도전은 사라졌고 대신 편안함과 익숙함만 남았다. 그래서, 흘러간 유행가는 짠하다. ★★★(별 5개 만점)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무한도전#토토가#젝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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