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재담, 기타 속주하듯 짜릿”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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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주 기타리스트에서 日 코믹예능 스타 변신 마티 프리드먼

15일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 대기실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 이날 공연에서 그는 한국말로 “쭈궈 보좌아아!(죽어 보자)” “쭈긴다아아!(죽인다)”고 외치며 흥을 돋웠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5일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 대기실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 이날 공연에서 그는 한국말로 “쭈궈 보좌아아!(죽어 보자)” “쭈긴다아아!(죽인다)”고 외치며 흥을 돋웠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기타 한 대로 전기 폭풍을 제조할 수 있을까. 스래시 메탈 역사상 기념비적 기타 솔로가 담긴 밴드 ‘메가데스’의 ‘Tornado of Souls’(1990년)를 재생하면 그 답이 들려온다.

폭풍의 마법사,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속주(速奏)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54)을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 대기실에서 만났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묻자 그는 “오쥥어보꾸움(오징어볶음)∼!!!”이라고 비명을 질렀다.

프리드먼은 기막힌 인생유전의 주인공이다. 1999년 12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메가데스 탈퇴를 선언한 그는 2003년 일본 도쿄로 거처를 옮겼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일본 TV의 스타가 됐다. 2004년 ‘헤비메탈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00편 이상의 TV쇼에 출연했다. 기타가 아닌 언어, 그것도 낯선 일본어로 이국의 스타가 된 그는 ‘일본의 유재석+김태원’으로 불린다.

1998년 메가데스와 함께 한국에 온 적이 있지만 15, 16일 김세황, 스튜어트 햄과 함께 연 ‘2016 몬스터스 오브 기타’는 그의 첫 솔로 내한 콘서트였다. 마티, 김세황, 햄, 사이먼 필립스(그룹 ‘토토’의 전 드러머)가 최근 함께 녹음한 ‘아리랑’이 이르면 5월 발표된다.

―‘아리랑’을 녹음한 이유는 뭔가.


“한국 공연에 즈음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곡을 녹음하고 싶었다. 통상적인 록 연주 말고. 1990년대부터 알고 지낸 훌륭한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드디어 녹음과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

―‘아리랑’을 원래 알았나.

“당연하다.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얼핏 들으면 엔카와 비슷하지만 일본 노래에서 전혀 들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이 담겼다. 편곡하면서 원곡에 담긴 한과 멜랑콜리를 최대한 끄집어내는 데 주력했다.”

―세계적인 밴드 메가데스를 돌연 탈퇴하고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뭐였나.

1990년대 밴드 메가데스 시절의 프리드먼(오른쪽). 동아일보DB
1990년대 밴드 메가데스 시절의 프리드먼(오른쪽). 동아일보DB
“늘 하던 걸 반복하는 대신 새로움에 도전하고 싶었다. 10대를 하와이에서 보내면서 한중일 3국의 음악에 빠졌고 오래전부터 취미로 일본어를 배웠다. 어느 날 ‘어차피 일본 음악만 줄곧 듣는데 내가 왜 미쳤다고 미국에 살고 있지?’란 생각이 들었다.(웃음) 투신해 보기로 했다. 3년 전엔 일본인 아내와 결혼했다.”

―TV 출연은 왜 하게 됐나.

“첨엔 유치해 보여 하기 싫었다. 매니저가 권해서 마지못해 한 번 나갔는데 웬걸, 너무 재밌는 거다. 예능 프로그램의 빠른 상황 전개 속에 그때그때 재치 있는 일본어로 대응하는 과정이 마치 언어로 기타 속주를 하듯 내 뇌를 움직였다. 짜릿했다.”

―한국의 대성(빅뱅), 일본의 모모이로 클로버 Z 같은 아이돌과도 협업했는데….


“(도쿄의 한류 거리) 신오쿠보 근처에 살아 케이팝이 친숙하다. 엑소, 이하이를 정말 좋아한다. 빅뱅 대성의 일본 순회공연에 함께해 즐거웠다. 2012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의 모모이로 공연 때 기타 솔로를 하는데 남성 팬들의 함성이 메가데스 콘서트 때보다 더 우렁차 소름 끼쳤다. 일본 아이돌은 헤비메탈과 많이 협업한다. 요즘 인기 있는 ‘베이비메탈’의 기타리스트가 내 밴드에서 기타를 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초에 3년 만의 솔로 앨범을 낼 거다. 늘 새로운 것, 안 해 본 것에 도전하는 게 목표다.”

―메가데스 때처럼 다른 밴드에 들어가고픈 생각은 없나.


“메탈리카. 농담 아니다. 그들이 진짜 좋다. 한번이라도 함께 해 보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마티 프리드먼#기타리스트#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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