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형 생각하는 미술관]<13>진실과 거짓 사이, 눈속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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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만테냐의 천장화, ‘결혼의 방’(1476년)
안드레아 만테냐의 천장화, ‘결혼의 방’(1476년)
위대한 미술가의 확증은 무엇일까요. 탁월한 재현 능력을 꼽던 때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19세기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 상당히 유효했지요.

전통적인 재현 미술은 15세기 무렵 정점에 다다랐습니다. 유화의 발명으로 표현이 섬세해졌습니다. 과학과 이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시도도 잇따랐지요. 미술은 이로 인해 차원이 다른 실감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이 마치 그림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어요.

안드레아 만테냐(1431∼1506)의 미술이 그렇습니다. 스승이었던 조각가 도나텔로의 영향일까요. 화가는 견고한 조각 같은 그림을 원했어요.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졌지요. 사실성이 미덕인 고대 미술에 주목했습니다. 각별한 사이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당대의 수학자 루카 파촐리에게 조언도 구했어요. 이렇게 쌓은 원근법적 지식과 수학적 관점으로 사실성이 돋보이는 걸작을 남겼지요.

화가는 이탈리아의 학문 도시 파도바에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이후 중부 도시로 활동 무대를 옮겼습니다. 도시 국가 만토바의 궁정 화가로 임명되었거든요. ‘결혼의 방’이라는 천장화는 이 시기 대표작입니다. 화가는 궁정 접견실 중앙 천장에 진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미술로 연출했지요. 로마 판테온의 돔에서 영감을 받았답니다. 또한 둥근 테라스 주변에 금빛 날개를 달고, 월계수를 든 귀여운 천사들을 그려 넣었어요. 난간을 발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밟고 있거나, 구멍에 얼굴을 삐죽 내민 천사들이 개구쟁이들 같군요. 그런가 하면 귀부인과 몸종은 짓궂게 화분을 떨어뜨리려는 중입니다. 이 모든 순간을 인간의 허영을 상징하는 공작새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말 천사와 구름이 떠다니는 듯합니다. 금방 화병 파편과 공작새 깃털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만토바의 집권자는 주문 그림에 크게 만족했습니다. 놀라운 표현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천장화를 비롯한 만테냐의 눈속임 그림이 통치자 가문의 미약한 정통성 강화에 도움을 주었거든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이로운 그림이 도시 국가의 문화적 위용을 주변국에 성공적으로 알렸어요. 주문자의 정치적 기반과 화가의 예술적 위상은 함께 튼튼해졌지요.

현란한 볼거리의 시대입니다. 진실은 종종 거짓으로 보이고, 거짓은 때때로 진실로 비칩니다. 진짜 같은 가짜 볼거리가 우리의 눈을 속이고, 정신을 흔들어댑니다. 그래서 참과 거짓의 문제는 더 맑은 눈과 더 바른 정신으로 가릴 일입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안드레아 만테냐#도나텔로#도시 파도바#결혼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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