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vs 인간…이세돌, 구글 개발 프로그램과 대결 승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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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상급 프로바둑 기사와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과연 호선으로 대결할 수 있을까.

과학 잡지인 네이처 최신호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중국 출신 프로기사인 판후이 2단과 5판을 둬 모두 이겼으며 3월에 이세돌 9단과 100만 달러(12억 원)의 상금을 걸고 5판의 호선 바둑을 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알파고와 판 2단이 둔 기보를 검토한 국내 프로기사들은 “네이처의 표현처럼 알파고가 프로기사를 꺾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알파고는 국내 아마 7단 정도로 입단대회를 통과할 수준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승철 9단은 “판 2단이 한가한 수를 두면 알파코가 뒤따라서 한가한 수를 두는 등 아직 프로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며 “하지만 대세를 보는 시야 등이 이전 프로그램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이 9단처럼 세계 최정상급 실력자와 진검승부를 벌여 이기려면 석 점은 깔아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판 2단이 중국 프로기사로 입단했으나 40대인데다 오랫동안 프로 기전에서 활동하지 않아 실제 실력이 유럽 아마 정상권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바둑계에선 “호선이라면 이 9단이 손쉽게 이길 것”이라며 “이 9단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알파고’ 외에 현재 공개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은 프로기사에게 넉 점으로 버티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한국 프로그램인 ‘돌바람’은 조치훈 9단에게 넉 점으로 승리했다. ‘돌바람’은 지난해 11월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일본의 ‘젠’을 꺾고 우승했다. ‘돌바람’ 개발자인 임재범 씨는 “‘돌바람’은 프로기사와 넉 점이면 이겼다 졌다 하고 다섯 점이면 지지 않는다”며 “‘알파고’가 프로와 석 점에 버틸 수 있다면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둑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하나의 중요한 도전 과제로 꼽힌다. 무한대의 수를 가진 바둑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바둑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곧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척도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 뿐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바둑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세돌 9단은 “컴퓨터의 도전을 받게 된 인간 대표로 나서게 돼 기쁘다”며 “바둑 프로그램이 강해지고 있지만 이번 대국은 내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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