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바흐의 서울시향, 첫 연주 만족…“10년이 헛되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0일 15시 27분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남은 숙제가 만만치 않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해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연주회는 10년 간 서울시향에 몸담았던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떠난 뒤 첫 연주회였다. 공연 40분전부터 대극장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 대극장 2900석 중 2317석이 팔렸다. 서울시향의 정기 공연이 주로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기준(약 2500석)으로는 매진에 가까운 숫자다.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티켓 교환이 늦어져 약 7분간 공연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감독을 대신해 독일의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들었다. 연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협연자로 나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약 10분간 터져 나왔다. 단원들은 에센바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그 동안의 마음고생 탓인지 서로를 껴안으며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 집으로 향하는 단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 단원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청중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정 전 감독이 공백을 훌륭히 메워준 에센바흐와 뛰어난 연주력을 선보인 서울시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3년 전부터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찾고 있다는 조여진 씨는 “정 전 감독이 없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연주를 들어보니 10년간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한 청중은 “서울시향의 실력이 ‘이 정도로 뛰어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의 정기 연주회도 계속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음악 평론가 송주호 씨는 “에센바흐라는 1급 지휘자 덕분인지 연주곡을 잘 소화했다. 아직 대체 지휘자가 정해지지 않은 16,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말러 교향곡 정기 공연이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산더미다. 우선 정 전 감독과의 인연으로 서울시향에 들어온 외국인 연주자 기획자들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 합류한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가 지난달 말 계약 만료를 끝으로 떠났다. 계약이 1년 남은 공연기획자 마이클 파인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럼펫 수석 알렉상드르 바티, 팀파니스트 아드리앙 페뤼송, 트롬본 수석 앙투안 가네의 계약기간도 올 상반기에서 내년이면 계약이 끝난다.

남은 8차례 공연의 대체 지휘자도 구해야 한다. 16, 17일 공연 지휘자는 11일 발표 예정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지휘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수열 부지휘자와 대체 지휘자 공조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도 대체 지휘자를 보고 환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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