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간담회 도중 한 기자가 큐레이터의 설명을 중단하고 요청했다. 2016년 1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평면탐구: 유닛, 레이어, 노스탤지어’전. 3개 층에 나눠 배치된 참여 작가 10명의 작품 50여 점에 모두 공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생뚱맞은 주제를 ‘어렵게’ 다룬 전시는 아니다.
3층부터 내려오면서 관람하길 권한다. 캔버스라는 2차원 직사각형 프레임의 규정을 탈피하려는 시도에 대한 작가들 나름의 각양각색 고민이 이번 전시 주제가 보여주려는 것이라면, 이미 짜인 캔버스를 찢고 뜯어 변형하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3층에 놓인 차승언 작가의 작품은 얼핏 그 유사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접근 방향이 다르다. 홍익대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차 작가는 캔버스 천을 물들이거나 변형시킨 것이 아니라 베틀 앞에 앉아 캔버스 천을 짰다. 날줄을 짜놓고 물감을 뿌린 뒤 씨줄을 얹으며 우연적인 번짐 효과를 얻거나 짜임의 밀도에 변화를 줬다. 평면의 캔버스를 매개 삼아 내놓을 수 있는 뭔가 다른 표현임은 틀림없다.
2층에 걸린 윤향로 작가의 10분 길이 영상작품 ‘s25e00: part1’은 어딘가 익숙하다.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컷 프레임에서 인물만 지워낸 영상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에 맞춰 유령도시 같은 배경이 이리저리 잡힌다. 함영준 큐레이터는 “평면의 시간성에 내재한 부피감이 공기처럼 부유하는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곽이브 작가의 ‘면대면’은 관객 참여 작품이다. 일상 속 도시의 실체를 색면으로 대체한 인쇄물을 쌓아놓았다. 관람객은 인쇄된 종이에 찍힌 점선을 참고해 자유롭게 새로운 입체를 제안할 수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Sentimental Smile’을 선보인 홍승혜 작가는 “주제와 형식에 대한 고민은 별도의 문제가 아니다. 주제의 실체와 어떻게 만나느냐는 방식에 대한 다른 작가들의 사고를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02-2020-205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