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부산의 추억, 만화 캐릭터로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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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전 연 日 작가 다카노 아야
회화로 업그레이드한 애니메이션… 부산을 모티브로 한 17점 선보여

애완견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다카노 아야 씨. 그는 만화적으로 표현한 중성적 사람 캐릭터와 사실적으로 묘사한 동물을 함께 그림에 담는다. 조현화랑 제공
애완견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다카노 아야 씨. 그는 만화적으로 표현한 중성적 사람 캐릭터와 사실적으로 묘사한 동물을 함께 그림에 담는다. 조현화랑 제공
“대학 시절 이후 지난해 두 번째로 찾은 부산은 내게 ‘더없이 평화로운 바다 공간’의 경험을 안겼다. 그 흥겨운 이미지를 속박 없는 비현실적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려 했다.”

영화제 분위기가 한창 고조된 부산 해운대구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향을 받은 회화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조현화랑에서 11월 22일까지 첫 국내 개인전을 여는 다카노 아야 씨(39)는 일본 만화와 공상과학(SF) 소설에 뿌리를 둔 주제와 중성적 캐릭터를 앞세워 2000년대 초부터 유럽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타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조수 출신으로, 현재는 프랑스 파리 에마뉘엘 페로탱 갤러리의 전속 작가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17점의 모티브는 부산이라는 공간이다. 너비 6.5m, 높이 2.3m의 유채화 ‘May All Things Dissolve in the Ocean of Bliss(지복의 바다에 모든 존재가 녹아들기를)’는 푸른 하늘과 바다, 백사장을 배경으로 사람, 개, 고양이, 사자, 소, 돼지, 문어, 고래 등 다종다양한 생명체들이 한가롭게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 다카노 씨는 “현실이 부여하는 존재의 정형을 캔버스에서는 벗겨내고 싶다. 그런 자유로움을 원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 밝고 따뜻하고 쾌활하다. 파리에서도 도시 공간에서 얻은 느낌을 그림에 담은 적이 있다. 그때는 자유분방한 연애에 대한 감흥이 에로틱한 이미지로 반영됐다.”

일본은 만화 강국이지만 일본 미술계에서 만화적인 분위기와 스타일을 추구하는 팝 아트 작가는 해외에서보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다카노 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자신을 낮게 평가한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거부하는 무라카미 씨 정도는 아니지만 서운한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회화를 마뜩잖게 여기는 시선과 우호적으로 보는 시선이 비슷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내 삶과 작품 성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크게 변했다. 부산의 경험으로 인해 오랜만에 따뜻한 즐거움을 표현할 수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받는 것을 내 방식대로 표현할 따름이다.”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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