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못’ 박힌 퀸카… 좌충우돌 사랑얘기… 부담없이 키득키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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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엑시덴탈 러브’

영화 ‘엑시덴탈 러브’에서 하워드(제이크 질런홀·왼쪽)와 앨리스(제시카 비엘)는 우연히 만났다가 충동적인 사랑에 빠진다. 워너비펀 제공
영화 ‘엑시덴탈 러브’에서 하워드(제이크 질런홀·왼쪽)와 앨리스(제시카 비엘)는 우연히 만났다가 충동적인 사랑에 빠진다. 워너비펀 제공
미국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앨리스(제시카 비엘)는 동네 최고의 퀸카. 경찰 남자친구 스콧(제임스 마스든)의 프러포즈를 받다가 머리에 못이 박히는 사고를 당한다. 의료보험이 없어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앨리스는 충동조절장애로 점점 이상해지고…. 우연히 TV에서 “시민들을 돕겠다”는 하원의원 하워드(제이크 질런홀)의 말에 혹해 도움을 요청하러 워싱턴으로 향한다. 그런데 막상 만나본 하워드는 신참 의원이라 당 실세에 휘둘리는 처지. 허나 묘하게 얽힌 앨리스와 하워드는 충동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만다.

7일 개봉하는 ‘엑시덴탈 러브’는 골 때리는 영화다. 설정도 황당하고 전개도 당황스럽다. 개연성은 신경도 안 쓴다. 로맨틱 코미디라더니 막상 사랑은 극 흐름상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웃긴다.

사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가 데이비드 러셀 감독이란 걸 안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파이터’(2010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년) ‘아메리칸 허슬’(2014년) 등 그의 전작은 언제나 그랬다. 궁상맞고 지질한 캐릭터들이 어수룩한 몸 개그와 쫄깃한 말장난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엑시덴탈 러브’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엔 훨씬 정치 풍자가 짙어졌다.

전작 역시 미국 정치판에 대한 야유가 꽤나 묻어났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직설적이다. 정치인들은 사리사욕에만 눈이 벌겋고, 막상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은 관심도 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면 걸스카우트조차도 이용하며, 방해가 되면 어린아이들도 중상모략으로 괴롭힌다. 그런 그들에게 맞서는 방법? 주인공들도 꾀를 부려 정치인을 속일 수밖에.

‘엑시덴탈 러브’의 약점은 여기에 있다. B급 ‘병맛’(병신 같은 맛·황당하고 어이없는 재미를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코드로 정치 개그를 풀어놓은 건 좋은데 너무 가다 보니 공감대가 무너진다. 너도나도 권모술수를 써대니 결국 정의를 실현했는데도 통쾌하질 않다.

하지만 의미 부여에는 신경 쓰지 말고 아무 부담 없이 키득거리고 싶다면 이만 한 작품도 없다. 특히 그간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질런홀,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내인 ‘할리우드 여신’ 비엘이 이토록 망가진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하나 더. 100% 이해할 수 있건 없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인 ‘까는’ 재미는 언제나 참 야무지다.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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