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 목소리 표정… 소름돋는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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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는 툭하면 집을 나가버리는 경숙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는 툭하면 집을 나가버리는 경숙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경숙 아버지. 우데 그리 갑니까.” “아부지, 우리도 델고 가면 안 됩니까.”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란길을 떠나는 경숙 아버지와 남겨진 경숙이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경숙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이란 이름에 짓눌린 무게감, 가족에게 헌신하는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집이 전 재산이란 이유로 아내와 어린 딸에게 집을 지키라 하고, 자신만 혼자 피란길을 나서는 ‘철없는 아버지’다. 헌데 희한하게 밉지 않고, 뭔가 짠하다. 경숙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기행’에는 근현대사의 아픔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힘은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경숙이 역의 주인영과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 어머니 역의 고수희 권지숙, 불륜녀 자야 역의 황영희 강말금, 꺽꺽이 삼촌 역의 김상규 등 한 명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 굳이 베스트를 꼽자면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이 역의 주인영이다. ‘버릴 게 없는 연기’가 무엇인지 두 배우는 공연 내내 몸짓, 목소리, 표정으로 말한다.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올해의 예술상 등을 휩쓴 저력이 재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수현재씨어터. 2만5000∼4만 원. 02-766-650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경숙이 경숙 아버지#극단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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