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서구가 동양에 역전한 것은 우연의 산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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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로버트 B. 마르크스 지음/윤영호 옮김/312쪽·1만4900원·사이

서양이 세계를 장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구가 인종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미국 휘티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를 서구 중심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실은 흑사병, 노예, 은, 아편, 총, 전쟁과 더 많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동양은 1400년부터 1800년까지 세계 경제와 무역을 장악했다. 이 시기 전 세계 총생산의 80%가 동양에서 이뤄졌다. 서구에 역전당한 것은 불과 20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문명이 발달했던 중국은 식량 의복 연료 등을 토지에서 확보했다. 하지만 토지는 제한돼 있었고, 이 한계를 타개할 수단이 없었다.

이에 비해 서구는 생산의 한계를 타개할 석탄을 가지는 행운이 따랐다는 것.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도 증기기관의 연료가 된 석탄을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후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은으로 중국 인도를 대상으로 한 무역에 나섰고 다시 아편을 이용해 아시아로 유입된 은을 회수했다.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강철과 증기기관을 활용해 철로 만든 증기선을 전쟁에 투입함으로써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견해는 흥미롭다. 이런 변화를 가져왔던 동서양의 시대적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만으로는 산업혁명을 일구고 식민지를 개척한 서양의 발전이 모두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최근 중국 인도의 발전으로 아시아의 세기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의 일원인 한국이 아시아 부활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석탄#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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