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음악으로 빚어낸… ‘소설음반’ 첫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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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원씨, 집필-작사작곡 동시진행… 女 싱어송라이터 흐른, 보컬 맡아
293쪽 소설-11곡 음반 패키지로 “함께 감상해야 전체 콘텐츠 파악”

소설음반 ‘가상의 씨앗 슘’을 제작한 소설가 김상원 씨(왼쪽)와 객원 보컬로 참여한 가수 흐른.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소설음반 ‘가상의 씨앗 슘’을 제작한 소설가 김상원 씨(왼쪽)와 객원 보컬로 참여한 가수 흐른.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내 최초로 소설과 음반이 하나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소설음반’이 나왔다.

김상원 씨(42)가 최근 ‘프로젝트 슘’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가상의 씨앗 슘’은 293쪽짜리 소설과 11곡이 수록된 음반이 하나의 패키지에 담긴 ‘소설음반’이다. 노래 가사와 소설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김 씨는 “둘을 함께 감상해야 전체 콘텐츠를 모두 감상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24세기를 다룬 미래소설이다. 미래의 인간은 영생과 쾌락을 위해 복제인간과 뇌파를 연결해 감각을 공유한다. 가상계의 존재인 슘과 쿤이 사람의 몸을 빌려 현실계에 발을 디디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소설의 줄기다. 김 씨는 2010년 구상 단계부터 소설 집필과 작사, 작곡, 편곡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처음 나온 건 10번곡으로 실린 ‘이곳’이었어요. 이 곡 내용을 결론으로 설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죠. 3번 곡 ‘보디 위드아웃 오건스’는 이야기가 음악을 끌고 나온 경우고요.”(김 씨)

목소리가 음악과 글을 줄줄이 끌고 나오기도 했다. 김 씨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흐른(본명 강정임·35)에게 객원 보컬을 의뢰했다. 주인공인 슘은 여성이었고 그에 맞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1번 곡 ‘몸’은 흐른의 목소리가 음악을 상상케 하고 거기서 다시 글이 딸려 나왔다고 했다. 흐른은 “작년 초 김 씨의 제안을 받고 독특한 형식에 끌렸다. 남이 지은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는데 작곡자가 원하는 가창을 이뤄내는 ‘가수’로서의 도전이 힘들지만 흥미로웠다”고 했다.

생명과학과 철학, 공포물이 뒤얽혀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소설도 흥미롭지만, 뒤틀린 전기기타 음향과 레게리듬, 일렉트로니카가 달콤 쌉싸래하고 인상적인 멜로디들과 결합된 11곡의 노래는 더 직관적이다. 소설은 노래의 제목과 같은 11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김 씨가 소설음반에 도전한 것은 평소 ‘콘셉트 앨범’(줄거리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가사를 전개한 음반)의 한계를 아쉬워했기 때문이다. “플레이밍 립스의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2002년) 라디오헤드의 ‘키드 에이’(2000년) 같은 앨범은 음악만으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세계를 그려내기에 부족했어요. 글과 음악 양쪽으로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고 싶었죠.”

1990년대 밴드 ‘바이닐’ 멤버로 활동한 김 씨는 음반 제작도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에는 단편소설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 만들어보고 싶어요. 소설음반을 계속해 내고 싶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가상의 씨앗 슘#김상원#흐른#소설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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