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돌풍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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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族 성원과 출판 마케팅의 승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한 회사원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고 있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여러 대형서점의 판매 순위를 합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한 회사원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고 있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여러 대형서점의 판매 순위를 합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이하 유럽 TOP 10·사진)이 종합 베스트셀러(한국출판인회의 집계)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여행자가 선정한 유럽 여행지 100곳을 다룬 이 책은 1월 15일 발간 후 현재까지 21만 권이나 팔렸다. 출판계에서는 최근 출판 불황 속에, 특히 여행서적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례적인 판매부수라는 평가와 함께 성공 원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여행 못 가는 사람’이 ‘여행 책’을 사본다

‘유럽 TOP 10’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방콕 회사원’이 꼽힌다. 주말과 휴가 때 방에만 콕 박혀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여행서적을 잘 사본다는 것이다. 회사원 장한선 씨(35·여)는 “여행은 못 가도 여행서적은 자주 읽는다”며 “여행 책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힐링’을 하는 동료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 TOP 10’ 독자는 20대(26.3%)보다 30대(37.2%)가 많다. 40대도 22.1%나 된다(표 참조).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해외여행 자율화(1989년) 이후인 1990년대 학번들은 일주일의 시간만 생겨도 해외여행부터 생각하는 세대”라며 “30, 40대 직장인이 된 후에는 여행서적을 통해 욕구를 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도 영향을 미쳤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여행지 정보를 실시간 검색하는 상황에서 정보 가이드 성격의 기존 여행책의 수요가 대폭 줄었다. 이에 여행서적이 여행지와 연관된 감성적 스토리 중심으로 제작되면서 여행을 안 가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된 것. ‘유럽 TOP 10’ 역시 감성 에세이 형식이다. 교보문고의 올해 1분기 여행서적 판매 1∼10위를 분석해 봐도 가이드성 여행 책은 절반에 불과하다. 1∼5위 중 4권은 스토리텔링 여행서다.


○ 출판계 꼼수와 TV광고 연계 후광 효과

‘유럽 TOP 10’의 성공은 출판계의 고질적 꼼수의 결과란 비판도 적지 않다. 신간이 나오면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책 종류 분류 코드)를 부여받는다. 이때 ‘문학(교양)’으로 지정되면 할인율이 10%로 제한되지만 ‘실용서’로 분류되면 할인 제한이 없다.

‘유럽 TOP 10’은 문학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실용서로 분류된 탓에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유럽 TOP 10’은 작가인 정여울 씨가 문학평론가인 데다 책 내용도 감성 에세이라고 생각하는 출판인이 많다”며 “국립도서관에서 인력 부족으로 출판사가 제출한 분류코드와 책 내용을 꼼꼼히 대조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책은 ‘유럽여행 랭킹쇼’라는 대한항공 TV 광고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홍익출판사가 광고를 보고 대한항공과 공동 기획한 책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꾸준히 이 책을 구매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사재기 조사까지 벌였다.

정관성 출판유통팀장은 “조사 결과 사재기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대한항공이 출판사를 통해 일괄 구매하면 수백 권을 사도 한 권으로 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집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항공 측에서 직원들을 지원해 개개인이 책을 구매했다면 ‘간접적 사재기’로 볼 수 있다고 진흥원은 설명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최근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영상매체에 노출된 콘텐츠와 관계된 책”이라며 “당장은 팔리겠지만 책을 안 보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베스트셀러#여행 책#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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