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할매’와 동갑인 명불허전 ‘국민童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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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집 ‘폴 투 플라이’ 들고 4년만에 돌아온 이승환

30cm 거리에서 본 가수 이승환은 이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KBS1 ‘콘서트 7080’과 SBS ‘인기가요’, 야외 록 페스티벌에 모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가수가 저”라고 했다. 사실이다. 드림팩토리 제공
30cm 거리에서 본 가수 이승환은 이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KBS1 ‘콘서트 7080’과 SBS ‘인기가요’, 야외 록 페스티벌에 모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가수가 저”라고 했다. 사실이다. 드림팩토리 제공
《 검은 뿔테 안경 덕에 더 돋보이는, 모공이 안 보일 만큼 뽀얗고 고운 피부. 고개를 빼고 들여다봐도 30대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 사람이 ‘국민할매’ 김태원, ‘찬찬찬’의 편승엽과 1965년생 동갑이다. “요즘 제 별명이 바뀌었어요. ‘공연의 신’에서 ‘공연의 쉰’으로.” 18일 만난 이승환, 올해 우리 나이로 쉰, 맞다. 》

“연애 안 한 지 6∼7년 됐고, 집안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처럼 강아지랑만 사는 플랫(flat)한 삶이라서, 애절한 가사를 못 쓰겠더라”는 이승환. 그가 최근 공개한 싱글 ‘내게만 일어나는 일’(작사 이승환, 작곡 이승환 황성제)은 웬걸, 이별에 관한, 단조의 애절한 발라드다. 중반부에 MC메타(가리온)의 랩이 내레이션처럼 끼어들고, 후렴구에서는 영국 밴드 퀸처럼 터져 나오는 다층적인 코러스가 이승환 발라드 특유의 웅장한 면을 더한다. “신체기관 중 나이 들어도 쇠퇴하지 않는 것은 혀와 귀더라고요. 계속 예민해져서….”

이승환은 26일 내는 11집 ‘폴 투 플라이’에 제작비 3억8000만 원을 들였다고 했다. 정규앨범으로는 10집 ‘드리마이저’(2010년) 이후 4년 만이다. 가요의 유행주기가 걸그룹 치마 길이만큼 짧아지며 디지털 싱글이 보편화된 시대에 CD 두 장의 더블앨범을 낸다는 거다. 이 중 ‘전반전’ 격으로 10곡이 담긴 ‘폴 투 플라이-전(前)’을 26일 먼저 발매한다.

“사실 저랑 드림팩토리(그가 설립한 연예기획사) 상황이 벼랑 끝이에요.” 영화 ‘26년’(2012년)과 “제목을 밝힐 수 없는” 다른 영화에 투자해 적잖은 손실을 봤기 때문이란다. 이승환은 “기를 쓰고 상업적으로 만드는 대신 음악적 수준은 높이고 싶었다”고 했다. 제작비는 대부분 음반유통사의 투자금으로 충당했다니 그는 쉽게 말하면 빚쟁이다.

근데 미국 내슈빌과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현지 스태프와 연주자들을 기용해 녹음을 하며 돈을 펑펑 썼다. 국내에서도 “중국집 쿠폰이 120장이 넘는” 등 돈과 시간을 퍼부었다. ‘천일동안’이 담긴 4집 ‘휴먼’(1995년)에서부터 이미 가요 음반 최초로 대부분의 곡을 해외 현지에서 녹음하며 욕심을 부린 그다.

돈이 없어 상업성을 “까놓고” 내세웠다는 그의 말엔 엄살이 섞인 것 같다. ‘견뎌요. 맞서요. 꿈은 이루어질 거예요’라며 희망을 웅변하는 첫 곡 ‘폴 투 플라이’의 대작 지향적인 편곡과 코러스부터, 야릇한 성적 묘사를 예쁘장하게 담아낸, 십센치의 주류 팝 버전 같은 ‘너에게만 반응해’와 ‘어른이 아니네’, 오토튠으로 변형된 보컬과 위악적으로 못 부른 후렴구를 힙합 비트 위에 몽롱하게 대비시킨 ‘라이프스 소 아이러닉’, 이별한 동거인을 그리는 아련한 ‘비누’까지. 세련되고 듣기 편하지만 울림이 있는, 어른을 위한 팝 음반을 그는 만들어냈다.

마지막 곡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작곡 이승환 황성제)는 국회의원인 도종환 시인이 작사했다. “지난해 8월 봉하마을 음악회에서 뵙고 즉석에서 노랫말을 부탁드렸어요.” 노래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꾸 떠올라 시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아예 노 대통령 헌가로 완성했다고 했다.

“가장 싫어하는 별명이 ‘어린 왕자’”라는 ‘공연의 쉰’은 28, 29일 서울 콘서트(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7만7000∼12만1000원·02-470-6171)를 시작으로 순회공연에 나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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