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술술 읽히는 손목시계의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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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워치/워치 나비 편·이랑 옮김/268쪽·2만3000원·한스미디어

기계식 손목시계의 무브먼트(시곗바늘을 돌아가게 하는 내부 기계장치) 해부도. 기계식 손목시계 하나에 1000∼1200개나 되는 부품이 들어간다. 한스미디어 제공
기계식 손목시계의 무브먼트(시곗바늘을 돌아가게 하는 내부 기계장치) 해부도. 기계식 손목시계 하나에 1000∼1200개나 되는 부품이 들어간다. 한스미디어 제공
디지털 시대에 거짓말처럼 부활한 기계식 손목시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일본의 유명시계잡지 ‘워치 나비(Watch Navi)’가 2012년 최신 시계업계 경향까지 반영해 펴낸 책을 번역했다. 글보다 다양한 인포그래픽과 사진이 눈길을 끈다.

1장에선 기계식 시계업계를 이끄는 78개 브랜드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그 브랜드의 대표적 모델 사진과 특징을 간단히 소개했다. 아름답고 독특한 시계 디자인에 빠져 다음 장에 이르면 그제야 기계식 시계의 작동원리와 전문적 용어에 대한 설명이 펼쳐진다. 이 역시 어려운 글보다는 양면을 활짝 펼친 공간을 꽉 채우는 상세한 해부도를 바탕으로 구조와 명칭을 쉽게 풀어준다. 기계식 시계를 조작하는 법과 관리하는 법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아무리 쉽게 풀어준다고 해도 기계적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 살짝 머리가 아프다 싶을 때쯤 사람 이야기가 등장한다. 기계식 시계 개발의 역사에서 혁혁한 성과를 남긴 발명가, 디자이너, 사업가 34명의 업적을 소개하는 3장이다. 이 역시 글은 짧고 그들이 개발한 독특한 시계 사진을 강조해 독자의 직관에 호소한다.

현대 기계식 시계 원리의 70%에 해당하는 발명을 이뤄낸, 시계의 진화를 200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은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1747∼1823), 세이코의 창업자이자 일본을 스위스에 필적할 시계왕국으로 올려놓은 핫토리 긴타로(1860∼1934), 스위스 시계학교 학생 때부터 천재로 꼽혔고 198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시계회사를 세워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프랭크 뮬러(1958∼)…. 이들 시계 장인의 역할과 위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1장에서 술술 훑어봤던 유명 브랜드와 연결이 이뤄진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용어사전이다. 태엽과 톱니로 이뤄진 기계부분을 총칭하는 ‘무브먼트’, 시계의 리듬을 유지해주는 ‘이스케이프’(탈진기), 버튼으로 조작하는 스톱워치 기능을 갖춘 시계를 뜻하는 ‘크로노그래프’, 세계 최초 휴대용 시계의 별칭인 ‘뉘른베르크의 달걀’과 같은 낯선 용어를 가나다순으로 풀어놨다. 이 역시 딱딱한 설명은 최소화하고 구체적 사진과 그래픽을 곁들여 이해가 쉽다.

이 책을 감수한 시계 칼럼니스트 장세훈 씨의 말처럼 “일찍이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책”이다. 다만 전문용어라는 이유로 우리말로 가다듬기를 포기하고 직수입한 영어표현을 그대로 쓰는 점은 거슬린다.

시계에만 취해 언어가 존재의 집이란 점을 너무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시계 장인을 배출한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에서도 전문용어라는 이유로 자기네 말을 포기하고 영어표현을 그대로 쓸지 의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올댓워치#손목시계#워치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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