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임명 싸고 조계종 내홍 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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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상 스님 추천 원학 스님 내정에 “총무원장 선거과정서 주지 뒷거래”
‘불교광장’ 회장 지홍 스님 폭로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7월 출범한 불교광장 창립총회. 불교닷컴 제공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7월 출범한 불교광장 창립총회. 불교닷컴 제공
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강남의 봉은사 주지 임명 문제로 또다시 분란에 휩싸였다.

자승 총무원장이 속한 종단 내 최대 모임인 ‘불교광장’ 회장인 지홍 스님(불광사 회주)은 27일 “봉은사 주지 자리가 선거 과정에서의 매표 결과로 결정됐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지홍 스님은 종단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 의원 4명과 함께 발표한 입장문에서 “최근 봉은사 인사와 관련해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지고 있는 종상 스님에게 강남 봉은사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표로 주지 자리를 사고파는 뒷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종상 스님은 공식 직함이 불국사 박물관장이지만 이미 불국사 주지를 지냈고, 불국사와 법주사를 포함한 조계종 인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홍 스님이 자신이 회장인 ‘불교광장’의 고문을 맡고 있는 종상 스님을 직접 언급하며 선거와 관련한 뒷거래를 폭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종단 내에서는 종상 스님이 추천한 원학 스님(불교중앙박물관장)이 봉은사 주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홍 스님은 “봉은사는 강남 포교의 산실이며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면서 “이번 인사는 금권선거와 매관매직을 척결해 종단 운영과 선거문화를 바로잡겠다는 약속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봉은사는 2010년 당시 주지인 명진 스님이 물러날 때에도 이명박 정부의 압력 의혹 논란이 불거져 자승 총무원장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후임 주지로 임명된 진화 스님은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보선 스님을 지지한 계파에 속해 있어 교체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총무원장 연임 뒤 초기에 인사와 관련한 잡음이 생겨 당혹스럽다”면서 “총무원 새 집행부가 원만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주변의 대승적인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상 스님과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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