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생각과 분석은 금물, 가슴으로 느끼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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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7시 00분


종이조각이 눈처럼 휘날리는 가운데 남자배우가 트레드밀 위를 질주하고 있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특정한 스토리없이 5개의 넌버벌 퍼포먼스로 구성된 독특한 작품이다. 사진제공|쇼비안
종이조각이 눈처럼 휘날리는 가운데 남자배우가 트레드밀 위를 질주하고 있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특정한 스토리없이 5개의 넌버벌 퍼포먼스로 구성된 독특한 작품이다. 사진제공|쇼비안
■ 푸에르자 부르타

스토리 없는 4∼5개 에피소드로 구성
70분 동안 뛰고 날고 물속에서 몸부림
음료·맥주 무제한 제공…스탠딩 공연

뮤지컬이 아니다. 연극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콘서트라고 할 수도 없다. ‘퍼포먼스’라고 하지만 사실 모든 공연물이 다 퍼포먼스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걸 뭐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한 시간 남짓(정확히는 70분), 배우들이 등장해 뛰고, 무너뜨리고, 날아다니고, 물 속에서 몸부림치는 이 공연.

그래. 이것은 쇼다. 대사라고 해 봐야 “우와!”, “끄아!”, “캬오!”하는 의성어뿐이니 넌버벌 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퍼포먼스다. 그것도 ‘크레이지 퍼포먼스’.

● ‘머리’는 필요없다! 몸과 가슴으로 느껴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바로 옆에 대형천막무대(FB빅탑시어터)를 세워놓고 공연 중인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 미국 뉴요커들이 좋아 미친다는 ‘푸에르자 부르타’는 도대체 어떤 공연일까. ‘푸에르자 부르타’는 영어로 ‘브루털 포스’(Brutal Force)다. ‘잔혹한 힘’이라는 뜻이다. 왜 잔혹한 힘인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냥 보면 안다. 힘이 넘치다 못해 잘못 따른 맥주 거품처럼 잔 밖으로 질질 흘러나오니까.

다른 공연에서 볼 수 없는 ‘푸에르자 부르타’만의 독특함은 대충 이렇다.

우선, 객석이 없다. 스탠딩 공연이라 관객 전원이 서서 관람해야 한다(70분짜리 공연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R석이니 S석이니 고민할 필요없이 무조건 부지런한 사람이 ‘짱 먹는’ 공연이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토리가 없다. 4∼5개의 에피소드가 공간을 옮겨 다니며 펼쳐진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에피소드는 하얀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남자가 등장해 대형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주구장창 달리는 내용이다. 그러다 난데없는 총성과 함께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 그 앞으로는 끊임없이 의자와 테이블이 놓였다가 사라진다. 남자는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달린다.

무슨 엄청난 작품적 복선이나 상징 같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굉음에 가까운 음악에 맞춰 남자와 함께 열심히 달려라.

● 허공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수조…“인어들과 눈을 맞춰라”

이 작품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허공에서 거대한 수조(Mylar)가 ‘강림’하는 장면이다. 거대한 수조에는 진짜 물이 채워져 있고, 속옷차림의 젊은 여인들이 관객들을 내려다보며 몸부림에 가까운 춤을 춘다. 이렇게 얘기하면 은근히 에로틱한 장면이 상상되지만 실제로 보면 상당히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인들은 관객과 눈을 맞추며 소리치듯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 물론 수조의 벽이 두꺼워 입 모양만 보일 뿐이다. 혹자는 “아이·러브·유!”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확인할 수는 없다.

물 좋은 클럽에서 한 바탕 즐기고 나온 기분이 드는 공연이다. 땀이 흥건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역시 20∼30대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전석 스탠딩 공연이지만 티켓 등급은 있다. ‘부르타석’(12만1000원) 관객에게는 음료와 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공연만 관람하는 ‘푸에르자석’은 9만9000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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