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캠프 떠나기 전 개구쟁이 머릿속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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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목금토일 친구를 구합니다
에블린 드 플리허 글/웬디 판더스 그림/정신재 옮김/80쪽·1만 원/책속물고기

책속물고기 제공
책속물고기 제공
후루룩 넘겨보니 매우 독특합니다. 책 사이사이, 본문 사이사이에 그림이 빼곡합니다. 요즘 어린이책에 삽화가 많은 게 특징이긴 하지만, 이 책의 그림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엄마가 바쁘다며 주인공 펠릭스의 이야기에 대꾸도 하지 않는 장면에선 손목시계 사진이 보이고, 바쁜 엄마 옆에 서류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선 얇은 팬케이크가 차곡차곡 담긴 접시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이 글씨처럼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이모티콘이나 다이어리에 붙이는 상황별 스티커를 보는 느낌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형식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펠릭스는 6박 7일 캠프에 친구 없이 혼자 가야 합니다. 캠프로 떠나는 날은 다음 주 월요일, 오늘은 화요일. 이야기는 그 일주일 동안의 고민 보고서입니다. 화요일엔 자기 머릿속 생각을 목록으로 만들어 봅니다. 그 목적은 구체적이었으나 결과는 뒤죽박죽입니다. 펠릭스가 만든 목록은 ‘좋아하는 헝겊인형 목록’ ‘여러 가지 바람 목록’처럼 캠프나 친구와 관계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중에 쓸 만한 한 가지가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성격 목록’입니다. 한 발짝은 뗀 것 같죠? 그러나 바로 옆길로 빠집니다. ‘나의 원수들 목록’을 만들었네요. 어쨌든 하루하루 날짜는 지나가고, 펠릭스 머릿속은 정리되어 갑니다.

책의 그림이나 이야기 구성이 일고여덟 살 아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부산합니다. 어른들은 같이 읽다가 ‘이게 뭔 소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펠릭스와 같은 모습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그 부산스러움 속에서 찾은 하나가 정말로 자기 것이라고,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격려합니다. 결국은 우리의 주인공 펠릭스, 캠프에서 단짝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둘은 똑같이 부산스럽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화수목금토일 친구를 구합니다#이모티콘#캠프#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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